[인재경영] 사람이 자산이다 ! 미래 인재 발굴·육성에 집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우수 인재 찾기' 힘 쏟는 기업들

LG그룹 신입사원들이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신입사원 교육 과정에서 제품 혁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토론하고 있다. LG는 지난해부터 신입사원 교육에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해 창의적으로 고객 가치를 생각해보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사진 LG그룹]

LG그룹 신입사원들이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신입사원 교육 과정에서 제품 혁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토론하고 있다. LG는 지난해부터 신입사원 교육에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해 창의적으로 고객 가치를 생각해보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사진 LG그룹]

기업의 미래는 인재가 결정한다. 장기 불황으로 신입사원 채용을 망설이는 기업도 많지만, 불황기일수록 유능한 인재 확보가 기업의 생존을 결정한다. 폭풍우가 몰아칠 때야 비로소 유능한 항해사의 재능이 빛을 발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기업 총수들이 직접 인재 발굴에 나서고 판에 박힌 스펙보다 창의성 중심의 채용 절차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능력 있는 인재들이 육아 부담으로 직장을 그만두지 않도록 여성은 물론 남성에게도 육아휴직 지원을 확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창의성, 일과 육아 양립, 자기계발은 기업의 인재경영을 설명해줄 중요한 키워드다.

유능한 인재 확보가 기업 생존 결정 #스펙보다 창의성과 열정에 중점 #자기계발·육아휴직 등 지원 다양 #그룹 총수가 채용에 직접 참여도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직접 청년 인재 발굴에 나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 회장은 그룹 계열사 사장단과 국내·외 석·박사급 연구·개발(R&D) 인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LG 테크노 콘퍼런스’에 6년째 참석하고 있다. 회장으로 취임한 1995년부터 시작된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 ‘LG 글로벌챌린저’에도 매년 참여한다. LG 글로벌챌린저는 대학생들이 쓴 자유로운 해외 탐방 보고서를 심사해 입사·인턴 자격을 주는 프로그램. 스펙보다 창의성 있는 인재 발굴이 목적이다. 현재 LG 글로벌챌린저 출신 인재는 총 130여 명으로 LG전자·LG화학·LG유플러스 등 일선 계열사 현장에서 재능을 펼치고 있다.

SK그룹은 최장수 고교생 퀴즈 프로 ‘장학퀴즈’를 44년째 단독 후원하는 데서 보듯 인재경영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있다.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운다’, ‘인재를 키워 나라에 보답한다’는 고(故) 최종현 회장의 철학에 따라 경기 불황 속에서도 청년 채용 규모를 늘리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대졸 신입 2100명을 포함, 경력 사원 등을 총 8200명 뽑기로 하는 등 예년보다 채용 규모를 확대했다.

SK그룹은 여성 인재들이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들도 마련하고 있다. SK는 2013년 6월에 이미 워킹맘을 위한 ‘육아휴직 자동전환제’를 도입했다. 출산휴가가 끝나는 시점에 별도로 회사에 신청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과중한 업무 부담 탓에 챙기기 어려운 육아휴직을 보장해주기 위한 조치다.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은 만 9세 이하 자녀를 가진 남·녀 근로자라면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에 하루 4시간만 근무해도 되는 육아기 단축 근로 제도도 마련했다.

한화그룹은 직원들의 자기 개발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점심시간을 1시간 더 늘렸다.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거나 영어·중국어 등 외국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자기계발 시간을 갖도록 배려한 것이다. 또 정기 승진자들을 대상으로는 한 달 동안의 안식월 휴가도 준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거나 자녀와 함께 제주도에서 한 달 살아보기 체험을 하는 등 일에 얽매여 있는 직장인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안식월 제도는 승진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새롭게 부여된 직책에 대한 각오와 계획을 차분히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자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또 2013년부터 신입사원 채용 시 인·적성 검사를 폐지했다. 채용절차를 서류전형과 직무역량면접·인성면접 등 3단계로 간소화하되 획일적인 시험보다 심층 면접으로 깊이 있게 인재를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인재 관리 포인트는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우선 올해부터 향후 5년간 40조원을 투자, 7만 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유통 계열사 5000명, 식품 계열사 3000명, 금융·기타 계열사 2000명 등 총 1만 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기로 했다.

롯데는 또 신입 공채 인원의 40%를 여성으로 선발하는 등 여성 인재 채용에도 적극적이다. 인재를 채용할 때는 서류 전형에서 이름·이메일·주소·연락처 등 기본 인적사항만 기재하도록 해 학력 차별을 금지했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열린 채용 원칙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롯데는 대기업으로선 처음으로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롯데 관계자는 “남성들도 법에 보장된 육아휴직을 사용해 아이 키우는 보람을 얻고 삶의 재충전 기회로 활용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신세계그룹은 열정있는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오디션 면접’으로 바꿨다. ‘꿈을 펼치는 무대’란 의미의 드림스테이지가 신세계의 신입사원 채용 관문이다. 기존에는 서류전형·직무역량면접·임원면접·인턴쉽 등 판에 박힌 대로 신입사원을 채용했지만, 스펙을 무시한 ‘블라인드 면접’과 제한된 형식 없이 잠재력을 마음껏 펼치는 오디션 면접을 진행한다. 현재 신세계와 이마트·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건설·신세계I&C·신세계사이먼 등 6곳이 드림스테이지 전형으로 신입사원을 뽑는다.

최근 이재현 회장 복귀로 경영 정상화에 나선 CJ그룹은 인재의 글로벌화를 강조한다. CJ는 올해 그룹에서 승진한 800여명의 신임과장들을 위해 각 계열사별로 해외 진출국에서 연수를 받는 ‘글로벌 봐야지(Global Voyage)’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 어학연수나 해외 직무교육·체험 등이 목적이라면 최대 6개월까지 해외 연수 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글로벌 노크’ 프로그램도 있다. 5년 이상 근속한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CJ그룹은 또 근속 연수가 5·10·15년 등 매 5년마다 최대 한 달 간 휴가를 갖는 ‘창의 휴가’ 제도도 도입했다. CJ 관계자는 “임직원이 긴 휴가를 활용해 자기계발의 기회를 갖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찾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사내 인재뿐만 아니라 벤처·창업기업 등 사회공헌 측면에서의 스타트업 인재 육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11년 포스코 대표 벤처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는 벤처창업자와 투자자를 연결해 인재들의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도록 돕는다. 프로그램을 운영한 이래 현재까지 132개 회사가 육성됐고 이중 59개사에는 포스코가 직접 92억원을 투자했다. 외부 투자 유치 금액도 594억원에 이르고 572명의 고용 창출 효과도 내는 등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