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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정부 때 경제수장 김진표 지휘 … 당·정·청, 재계 ‘3각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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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전체회의가 29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국정기획위 회의실에서 열렸다. 김진표 위원장(오른쪽)과 장하성 부위원장(청와대 정책실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춘식 기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전체회의가 29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국정기획위 회의실에서 열렸다. 김진표 위원장(오른쪽)과 장하성 부위원장(청와대 정책실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춘식 기자]

여권이 재계에 대해 연일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 발언에 연일 포화 #김 “재벌공화국” 우원식 “경총서 딴지” #야권 “대기업 길들이기 과도하다” #경총 ‘비정규직 책자’ 보류 몸 낮춰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부회장이 지난 25일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해결 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가 넘쳐나게 되면 산업 현장의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정부 정책을 비판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재계에 대한 공세는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김진표 위원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벌써 26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경고를 보냈다. 26일엔 “잘못된 기득권을 정상으로 가져오는 개혁에는 고통이 따른다”고 했고, 28일에도 “대한민국이 무소불위의 재벌 공화국이 됐다”고 지적했다.

29일에는 공무원들의 군기도 잡았다. 그는 “촛불 민심을 모른다”며 “반성이 안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통령 공약을 베껴오거나 기존 정책의 ‘표지 갈이 같은 모습이 많이 눈에 띄고 조직 이기주의가 아직 남아 있다”고도 했다.

4선 의원인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교육부총리와 경제부총리를 지낸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지난 16일 국정기획자문위원장에 임명된 직후 “지난 10년간 정부 관료들이 상당히 보수화돼 있다”며 “그동안 ‘야당이 하는 소리겠지…’라고 흘려버렸던 철학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것이 국정기획자문위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각오를 드러냈다. 여권 내부에선 “상대적으로 덜 진보적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면 개혁 드라이브가 더 힘을 받는다. 그래서 김 위원장이 일부러 목소리를 더 크게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까지 청와대 및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함께 ‘3각 압박’을 시작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총은 사회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일자리 문제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심한 듯 “비정규직을 나쁜 일자리로 만든 주체가 할 말이 있느냐”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것” “경총의 ‘딴지’가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동참하려는 기업에 일종의 엄포 놓기 아니냐”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야권은 “문재인 정부의 대기업 길들이기가 과도하다”며 우려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29일 “(경총의) 당연한 문제 제기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 국정기획자문위원장, 대통령까지 서슬 퍼런 비난을 퍼부었다”고 비판했다. 또 “정권 초기에 두려워서 아무 말도 못할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통령 지시에 이견을 제시하는 것은 의무’라고까지 해놓고, 경영자들이 정부 비판을 하자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고 했다.

여권의 압박이 커지자 경총은 일단 몸을 낮췄다. 경총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 상황에서 더 이상의 불필요한 오해나 논란을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설명을 담은 『비정규직 논란의 오해와 진실』 책자 발간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총은 이 책자를 다음달 발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당장 정부와의 갈등은 피하더라도 재계의 입장은 반영해 나가야 한다”는 기류도 없지 않다. 경총 측은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등에 대한 문제의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통을 통해 해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했다.

유성운·윤정민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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