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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스테이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새 무대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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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시작과 끝을 뜻하는 개막과 폐막이란 말은 공연 전후 무대와 객석을 시청각적으로 차단하는 무대막(舞臺幕)에서 유래했다. 무대의 양쪽 기둥을 연결한 프로세니엄 아치에 내걸린 두꺼운 대형 커튼이다. 무대막이 영국서 처음 등장한 것은 1660년대. 처음엔 일단 막이 오르면 공연 끝날 때까지 내려올 줄 몰랐다. 인터미션(중간 휴식)때도 막을 내린 것은 1750년대부터의 일이다.

가장 인기있는 무대막 색깔은 빨강.자주.파랑.금색 순이다. 세계 최대 규모는 뉴욕 라디오시티홀(4천5백석)에 있는 금빛 커튼으로 무게가 3t짜리다. 상하 좌우로 움직이는 무대막은 도쿄 신국립극장처럼 아무런 문양이나 그림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마드리드 왕립오페라 등 간단한 문양과 장식을 곁들인 극장도 있고 주제페 만치넬리(나폴리 산 카를로 극장), 올리비에 드브르(파리 코메디 프랑세즈), 루돌프 아이젠멍어(빈 슈타츠오퍼) 등 유명 화가들의 대형 그림으로 수놓은 무대막도 있다.

시카고 리릭 오페라는 쥘 게린의 '아이다'개선 장면, 파르마 왕립 오페라는 설립자 마리 루이즈가 왕좌에 앉아 있는 '미네르바의 승리', 프라하 국민오페라는 히네스의'뮤즈의 전당을 짓기 위해 모여든 체코인'이 무대막에 등장한다.

국내에선 김환기'새와 항아리'(문예진흥원 예술회관), 이세득'환희'(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서세옥'군무'(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이종상'여민락'(국립국악원 예악당), 김철수'비상(飛上)'(부산문화회관 대극장), 권순형'일출'(강릉문예회관) 등이 대표적이다.

무대막은 막이 오르기 전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는, 극장의 상징물이다. 철제 방화막(iron curtain)이 따로 없는 경우엔 무대막에 방염가공(防焰加工)처리를 곁들여 최소 2시간 동안에는 불이 다른 곳으로 옮겨 붙지 않도록 한다. 무대에서 발생하는 화재가 객석에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개.보수를 끝내고 내년 3월에 재개관하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한국화가 김병종의'생명의 소리'를 새 무대막으로 선보인다. 합권사를 수공으로 짜내는 2t짜리 무대막으로 제작비 6억원을 삼성전자가 후원했다. 1978년 개관 당시 서양화가 권옥연의 십장생도를 무대막으로 짰으나 2001년 악극 '애수의 소야곡'공연 때 무대 조명 과열로 발생한 화재로 일부가 소실됐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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