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성희롱 피해자, 대자보 쓰며 직접 나선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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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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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성희롱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됐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쓴 A씨가 "참을 수 없는 수치심으로 다가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연결에서 A씨는 "더는 숨어들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공론화를 결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16학번 남학생 한명과 17학번 남·여학생이 모두 함께한 술자리에서 A씨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 발언이 오갔다.

17학번 남학생 한 명이 16학번 남학생에게 "전 여친(A씨)과 B씨 중 누구와의 성관계가 더 좋았냐, 누가 더 잘하냐"고 물었고, 16학번 남학생은 "전 여친과는 관계를 가져본 적 없지만 B씨 보다는 전 여자친구가 더 좋을 것 같다"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17학번 여학생 중 누구랑 하고 싶으냐"는 질문이 오갔고 "ㅇㅇㅇ와 하고 싶다"는 대답이 나왔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건너 이 이야기를 듣고) 불쾌감이 너무 컸다"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앞으로 저와 2년, 3년 같이할 과 사람들인데 그 앞에서 성적으로 평가되고 비교됐다는 것 자체가 참을 수 없는 수치심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들에게) 개인적인 사과나 변명 등 연락을 받은 것이 없다"며 "별 문제의식 없이 저를 하나의 술 안줏거리로 삼았겠지만, 저에게는 너무 힘겹고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금만 더 생각하면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텐데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넘어가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이렇게 인터뷰에 응하고 대자보를 붙이면서 숨지 않고 맞서는 이유는 가해 학생들의 어리석은 행동들이 결코 옳지 못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마땅한 벌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섰다"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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