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정상회의에서도 트럼프는 '마이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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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폐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도발을 강하게 규탄하는 공동성명이 채택했다.

트럼프, 끝내 기후변화 입장 안 밝혀 #메르켈 "무척 어려운 협상…불만족" #북한 도발 규탄하는 공동성명 채택도

이탈리아 타오르미나에서 이틀 간의 회의를 마친 G7 정상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는 국제 사회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라며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으면 대북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모든 관련된 결의안을 즉각적·전면적으로 준수하고,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또 “북한은 납치 문제의 즉각적 해결을 포함해 인도적인 문제와 인권에 대한 우려도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타오르미니에서 열린 G7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기념촬영 중이다. 왼쪽부터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정상회의 상임의장,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파울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타오르미니에서 열린 G7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기념촬영 중이다. 왼쪽부터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정상회의 상임의장,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파울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AP=연합뉴스]

한편 이번 G7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뒤 주요 서방 동맹의 공조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지를 보여준 자리가 됐다. 영국의 타임스는 26일 “트럼프 대통령과 나머지 G7 정상들 사이의 거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단체사진 촬영에서 생긴 에피소드를 전했다.

지중해가 내려다 보이는 그리스 원형경기장에서 단체 사진을 찍은 뒤 7개국 정상들이 도심 광장을 통해 함께 회의장으로 이동할 때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파울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 등이 약 600m의 자갈길을 함께 걷는데, 트럼프 대통령만 혼자 골프 카트를 타고 이동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광장에서 일행과 합류해 회의장으로 향했다.

보도대로 이번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웨이’ 탓에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가장 힘겨운 회의였다”고 전했다.
채택된 최종 성명문도 6페이지에 불과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참석했던 지난해 일본 이세시마 G7 정상회의 땐 32페이지였다.

불협화음이 가장 컸던 의제는 기후변화였다. 파리기후협정 폐기를 공약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나머지 정상들의 협정 준수 요구를 무시했다. 결국 공동성명은 “미국을 제외한 6개국은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검토) 절차를 이해하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협정 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으로 발표될 수밖에 없었다. 메르켈 총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모든 논의는 무척 어려웠고, 불만족스러웠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 않은 듯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을 앞두고 트위터에 “다음 주에 파리기후협정에 대해 최종 결정을 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자유무역과 관련해서도 정상들은 “시장 개방을 유지하고, 보호주의를 배격한다”는 문구와 함께 “모든 불공정한 통상 관행에 단호히 맞선다”는 문구를 최종 성명에 포함시켜야 했다. 중국·독일 등이 불공정한 대미 무역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주의와 싸우고 국제무역 시스템의 규칙을 준수하겠다는 성명 내용에 동의한 것만도 다행”이라고 분석했다. 관세 부과와 협정 탈퇴 협박을 일삼으려 보호무역을 주장해 온 데 비하면 그나마 트럼프가 한 발 물러섰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점에서 멋진 회담이었고, 특히 무역에서 그랬다”며 “무역을 왜곡하는 모든 관행을 제거했다”고 자화자찬했다.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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