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째 핵심인물 소환 안한 '소걸음 감찰'...다음주 쯤 이영렬-안태근 부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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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만찬 사건’을 조사 중인 법무부ㆍ검찰 합동감찰반이 감찰에 착수한 지 9일째가 된 26일까지 핵심 대상자인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을 소환하지 않고 있다. 합동감찰반은 조사 대상자인 일부 부장검사 등은 대면 조사를 했지만,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핵심 인물을 조사하지 않아 ‘소걸음 감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와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의 감찰 지시 하루 뒤인 지난 18일 22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감찰반을 꾸렸다.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 등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동 B식당 만찬에 참석한 10명으로부터 경위서를 제출받은 건 19~20일이었다. 경위서 제출 이후 관련자 소환 조사에 대해 감찰반 관계자는 26일 “경위서를 모두 받아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 또 일부 관계자는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은 경위서에서 “고생하는 후배들을 위로하기 위해 식사를 했고 건넨 돈은 격려금 성격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고 한다.
 사실관계가 비교적 명확하고 경위서에 특이점이 없는데도 핵심 대상자를 소환하지 않은 것을 놓고 법조계에선 “법무ㆍ검찰의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현직 검찰 간부는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에 대한 대면조사는 이미 끝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감찰반 관계자는 “다음 주쯤 두 사람을 직접 불러 조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감싸기 수사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감찰단이 조사 내용에 대해 비공개로 일관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다. ‘감찰 사실 공표에 관한 지침’(법무부 훈령 제553호) 3조는 감찰 내용과 결과를 원칙적으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규정은 의혹이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을 때에 대비한 조치다. 이 지침에는 ‘언론 등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어 사생활 보호의 이익보다 국민의 알권리 충족 등 공공의 이익이 매우 크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 있다.
 대검 검찰 개혁 심의위원을 맡았던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찰이 브리핑도 없이 진행된다면 ‘제 식구 감싸기’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번 감찰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나 명예와 큰 관련이 없다. 진행 상황 비공개를 고집하면 면피성 감찰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공보준칙을 지키다 보니 언론에 알릴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속도 느린 감찰과 달리 지난 24일 이 사건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되자 서울중앙지검은 바로 조사1부에 배당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가 해당 사건을 경찰에 고발해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수사에 착수한 직후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검찰이 경찰에 접수된 사건을 넘겨받기 위해 배당을 서두른 것 아니냐는 의심이 경찰 내부에서 제기된다”고 말했다.
현일훈ㆍ송승환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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