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만난 푸틴 “한반도 위기 해소 중재할 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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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송영길 러시아 특사(오른쪽)가 24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로이터=연합뉴스]

송영길 러시아 특사(오른쪽)가 24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한반도 위기 상황 해소를 위해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등의 중재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김정은 대화 모드 조성할 것 #러시아 가스관 연결 사업 재개 희망”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저녁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행을 맞아 면담하면서 ‘북한 상황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북한에 특사를 보낼 용의가 없는가’란 송 특사의 질문에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고 송 특사가 전했다.

푸틴은 “만약 한반도에 전쟁 상황이 벌어지면 엄청난 재앙과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절대 전쟁은 안 되며 대화로써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6자회담 재개와 북·미 간 직접대화 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푸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전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상황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와 관련, 푸틴은 “사드 시스템이 북한의 장사정포를 방어할 수 없어 효용성에 한계가 있다”며 “군사적 대응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남·북·러 3각 경제협력 사업과 관련, 러시아산 가스의 한국 공급을 위한 북한 경유 가스관 건설 사업이나 남·북·러 철도 및 전력망 연결 사업 등의 재개에 대한 의지를 표시했다. 푸틴 대통령과 송 특사는 남·북·러 3각 협력 사업 추진을 위해 한국 정부가 전담 부서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으며 한·러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추가 논의키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 주도의 옛 소련권 경제공동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한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적극 추진하자고 제안했으며, 북극 항로를 공동 개척하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도 동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7월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는 데 대한 기대를 밝혔으며 9월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문 대통령을 초청했다.

왕이 “한반도 변화 잉태할 결정적 시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24일 북한 핵 문제와 관련, “현재 한반도 상황은 민감한 시기, 변화를 잉태할 결정적인 시간대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이같이 말하고 ‘비핵화 원칙 견지 및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완전한 집행’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 ‘형세 변화에 맞춘 민첩한 대화와 담판의 기제 부활’ 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연합뉴스]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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