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선거(4)|"후보자 참모습 보여줘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 1971년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대통령후보자들의 정견방송은 한국정치사상 최초의 TV토론과 함께 국민의 기대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록 16년전에 정견방송이 있었다고는 하나 그때와 현재의 상황이 크게 다르므로 사실은 정견방송 자체도 우리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나 마찬가지다. TV매체와 정치광고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언론관계 전문가들이 정견방송에 대해서 은근히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것은 새로운 경험에 따른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광고업계에서는 올해의 대통령선거에서 정치 광고가 한국정치사상최초로 정착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들떠 있는 것 같다.
이번에 대통령선거법령으로 정견방송을 허용한 이유는 TV 방송매체가 이제는 한국에서도 정치광고매체로 사용해도 적합할 정도로 여건이 충분히 성숙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할수 있겠다.
전국의 TV보유댓수가 9백만대에 여르러 보급률이 거의 포화상태인가하면 유권자의 60%를 차지하는 20대와 30대가 소위 「TV세대」를 형성하고 있다. TV수상기가 일부 상류층만의 전유물이었던 1960년대 초에 비하면 극적인 변화가 아닐수 없다.
미국은 대통령선거에서 정당이 옛날처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당파심도 쇠퇴해졌다. 따라서 대통령후보지명전에 나선 정치인들이나 후보로 지명된 정치인들은 직접 유권자들을 상대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TV와 같은 대중매체가 수많은 유권자들을 동시에 접하기 위해서 요긴하게 이용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20초 내지 30초 정도의 짧은 스포트 정치광고를 많이 사용하고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번의 대통령선거에서 스포트 정치광고를 허용치 않고 있다. 이유는 아마도 우리의 방송체재가 공영방송체제이므로 미국의 상업방송과 같은 정치광고를 허용하기가 곤란하다는 점과 정치광고의 여러가지 역기능 때문인 듯하다.
문제는 이번에 대통령후보자에게 허용한 5회의 정견방송 가운데 4회는 후보자 자신이나 정당이 방송시설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므로 사실상 스포트 정치광고와 다를 것이 없는 유료적 정치광고라는 점이다.
언론관계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정치광고의 역기능들을 살펴보면 우선 유권자들이 정치광고를 통해 접하는 후보자는 광고전문가들이 만들어낸 후보자의 이미지나 혹은 허상일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광고메시지는 정책 중심적이라기 보다 이미지 중심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들고있다.
정치광고는 또한 비싸기 때문에 선거자금이 없는 후보자는 TV매체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접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단 20분간의 TV방송시설사용료가 5천5백만원이라니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오는 12월2일부터 시작되는 정치광고가 노릴수 있는 효과가 있다면 이미 후보자를 결정한 유권자들보다도 아직까지 결정을 못내린 유권자들(즉부동표) 을 설득하는 일이 될 것이다. 비공식조사결과에 의하면 이같은 부동인구가 30%이상이라고 한다.
정견방송이 흔해 빠진 상업적 광고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에게 참된 실상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반면에 유권자들은 TV매체와 광고의 속성을 감안하여 이성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처음으로 실시되는 정치광고를 위해 TV방송당국은 정견방송일정을 미리미리 시청자에게 예보하고 방송시간대 배정에 공평성을 잃지 않는등 공영방송다운 면모를 보여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