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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義人...신혼여행 대신 장학금 전하러 가는 소방의인 최길수씨

중앙일보

입력

최길수 소방관.[사진 계명대]

최길수 소방관.[사진 계명대]

'소방 의인(義人)'으로 불리는 최길수(34) 서울 용산소방서 소방관이 신혼여행 대신 대구 모교를 찾는다. 성금 등으로 받은 500만원을 형편이 어려운 후배들의 장학금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29일 모교인 대구 계명대 찾아 #500만원 장학금 전달하기로 #27일 결혼, 신혼여행 대신해서

최 소방관의 모교인 계명대 측은 25일 "오는 29일 최길수 동문이 신일희 총장을 직접 만나 장학금을 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소방관은 장학금 전달 이틀 전인 27일 결혼식을 올린다.

그는 이날 부인과 함께 신혼여행을 대신해 모교를 찾아 캠퍼스를 둘러보고 교수,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신일희 계명대 총장은 "신혼 여행비 등 개인적으로 500만원을 쓸 수도 있는데 장학금으로 내놓는 모습을 보면서 의인이라는 호칭이 왜 생겼는지 알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다. 비행기를 타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3월 화재 현장에서 입은 허리 부상 후유증 때문이다.

최 소방관은 지난 3월 11일 오후 11시쯤 서울 용산구 원효로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동료 소방관과 출동했다.

화재는 건물 302호에서 시작했지만 소방차가 도착했을 때 불은 이미 옆집과 위층으로 번지고 있었다. 화마가 거세게 타오르는 상황에서 최 소방관은 주민들이 대피할 때까지 불길을 온몸으로 막아섰다.

화마를 뚫고 건물로 진입해 불길을 막아선 채 창문을 통해 여러 명의 주민을 탈출시켰다. 그러곤 1층을 향해 뛰어내렸다. 이때 허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 LG복지재단은 최 소방관에게 의인상을 건넸다.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의 광장에서 열린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에서 최길수 소방관이 모교인 계명대 후배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계명대]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의 광장에서 열린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에서 최길수 소방관이 모교인 계명대 후배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계명대]

계명대 후배들은 최 소방관이 다치기 전 출전할 예정이던 몸짱소방관대회에 대신 참가하는 의리를 보여줬다.

사회체육학과 보디빌더 학생들이 특별 선수로 참가했다. 태권도시범단 학생들이 축하 공연을 벌이기도 했다. 최 소방관은 휠체어를 타고 모교 후배들을 힘차게 응원해 눈길을 끌었다.

최 소방관은 "학교 모든 분들이 응원해 빨리 완쾌되고 있다"며 "어려운 후배들이 공부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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