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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는 영혼을 빼앗긴 아이"...최순실의 '법정 모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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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가 공범으로 된 것은 말도 안되고요. 제가 엄마로서 한 것입니다.”

최순실씨는 검찰과 변호인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딸 정유라씨를 감싸는 데 활용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9부(부장판사 김수정) 심리로 24일 열린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 관련 재판에서다.
하루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40년 지기인 박 전 대통령을 보호하며 “내가 죄인”이라고 울먹였던 최씨는, 이날은 딸 정유라씨를 변호했다.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최순실씨.[사진공동취재단]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최순실씨.[사진공동취재단]

최씨는 정씨의 이화여대 면접을 볼 때 국가대표 단복을 입고 금메달을 가지고 가라고 한 것은 자신의 뜻이었다고 말했다.
“늦게 낳은 딸이어서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없고 해서 고민하다가 ‘단복 입고 가라’고 하니까 (정씨가)‘엄마 좀 그럴 것 같다’고 하더니 학교 교복을 입고 갔다고 들었다”고 최씨는 주장했다.

최씨는 정씨가 이화여대 입학 이후 안민석 의원과 SNS의 ‘반대파’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면서 딸을 안쓰러워했다.
최씨는 “2015년 1학기에 정씨가 F학점을 받게 된 경위는 무엇이냐”는 특검팀 최순호 검사의 질문에 “안민석 의원이 얘(정유라)가 입학하는 순간에 모든 학교에 전화해서 ‘얘가 원서 넣었냐,얘는 뽑으면 안된다’고 했다. 이대에도 SNS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반대파 아이들이 많은데 누구 딸이 왔다고 계속 (글 등이) 올라왔다”면서 “학교 입구에서부터 기자들이 바글바글 있어서 (등교를) 못 한 것”이라고 했다.

정유라

정유라

최씨는 또 “얘가 완전히 충격을 받아서 빗나갔다. 걔가 영혼을 뺏겨서 자살을 기도했다”고도 했다. 이어 “독일로 떠난 이유가 무엇이냐”는 최 검사의 질문에 “안민석 의원이 한 학생의 모든 걸 다 빼앗았다. 고등학교 빼앗고 대학교 빼앗고, 영혼을 다 빼앗어 한국에서 살 수가 없었다. 입장 바꿔서 자식이 그렇게 당했다고 하면 여기서 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씨는 특히 “(내 딸을) 아주 졸졸졸졸 거의 따라다녔다. 거의 목숨을 걸은 것 같았다. 국회의원 일은 안하고 정유연이한테…”라면서 안 의원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최씨는 출석 등이 어려워지자 정씨는 대학을 포기하려했는데 자신이 끌고 간 것이라고 했다. 잘못이 있으면 본인에게 있을 뿐 정씨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교는 가야지 고등학교만 해서 되겠느냐면서, 마침 그때 이대에 K-MOOC라고 인터넷으로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생겨서 제가 (정유라에게) 사정을 해서 본인이 안 하겠다는 것을 거의 끌고가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하정희 교수에게 K-MOOC 온라인 강의 대리수강을 부탁했느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네”라고 바로 인정하면서도 “걔(정유라)는 몰랐을 것이다. ‘엄마, 독일에서 인터넷 못해서 이건 안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도 제가 알았다고 하고 (하 교수에게) 부탁한 것이다”고 말했다.

최씨는 수강신청도 정씨가 아닌 자신의 뜻대로 한 것이라고 했다. 전공인 체육과학부 수업이 아닌 의류산업학과나 융합콘텐츠학과 수업을 듣게 된 것은 자신이 추천한 일이고, 오히려 정씨는 ‘엄마, 내가 독일에 있는데 그게 가능하겠냐. 다른 학과 애가 오고 하면 또 시끄럽지 않겠느냐’고 했다는 것이 최씨의 말이다.

최씨는 이처럼 모두 정씨가 하지 않았거나 모르는 일인데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정씨를 공모자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검찰은 어린애의 영혼을 뺏고도 감옥에 넣어야지 시원하겠느냐”고 원망하기도 했다. 최씨는 “이 정도로 영혼을 죽였으면 됐지 이걸 공모관계까지 확인해서 처벌을 해서 감옥에 넣어야지 시원하다면 그렇게 하라. 얘는 영혼은 죽어있고 몸만 살아있는 것 같다”고 감정을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장으로부터 “피고인은 질문에 대답을 하시라”고 제재를 받기도 했다.

최씨는 재판 막바지에 발언 기회를 얻은 뒤 “(딸이)애를 지우지도 못하고 낳았는데 덴마크에서 애를 뺏길까봐 들어오지 못하는 너무 잔인한 상황입니다. 걔의 인생은 죽었습니다. 어린 자식이 잘못될까봐 자기 삶을 지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판장님께서 감안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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