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적 연대'로 상생의 미래를 열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중·일 30인회' 참석자들이 13일 서울 롯데호텔 오찬장에서 중앙일보 등 3국 언론사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앞 테이블 왼쪽부터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하세가와 기요시 니혼게이자이신문 국제본부장, 위자푸 신화통신 해외협력국장,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다케우치 가즈히코 도쿄대 교수. 김성룡 기자

13일 '한.중.일 30인회' 창립 총회가 열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 볼룸은 아시아의 새로운 협력 방안을 찾기 위한 열기로 가득 찼다.

3국에서 온 30여 명의 지도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진지하게 토론을 벌였다. 참가자들은 3국이 공유하고 있는 아시아적 특성의 기반 위에서 경제.문화.사회적 교류를 활발히 함으로써 상생과 번영의 모델을 찾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문화 분야에서 3국 간 연대의 기초를 모색하는 논의가 이뤄졌으며 경제적 공동 발전을 위한 구체적 아이디어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3국 대표의 기조 연설로 시작된 이날 회의는 1부(오전)와 2부(오후)로 나뉘어 열렸다.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발제하고 다른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밝히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회의를 지상 중계한다.

◆ 아시아 연대의 문화적 기반

▶고지마 아키라(1부 사회)=3국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 데로 이사 갈 수 없는 운명적인 이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처음부터, 그리고 영원히 함께 있다는 것이다. 3국이 연대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부터 얘기하자.

▶우메하라 다케시=유럽연합(EU)에는 기독교라는 공통 기반이 있다. 아시아 3국을 공통으로 묶는 바탕은 벼농사 문화와 조상을 숭배하는 풍속이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의 농업 문화를 받아들여 각각 독특한 문화를 일궈왔다. 서양 문화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문화라면 아시아 문화는 자연과 공생하는 문화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문명으로 아시아의 연대감을 강화하자. 자연을 소중히 하는 아시아 문화는 21세기 이상적 문명의 바탕이 될 수 있다.

▶위안밍=3국은 공통으로 글로벌화의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런데 아시아의 정신은 원래부터 반(反) 서방적이지도 배타적이지도 않았다. 주룽지 전 중국 총리는 "개방은 아시아의 전통"이라고 설파했다. 수천 년의 발전 속에서 서구의 장점을 받아들여 그 기초 위에 아시아의 독창성을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개방 정신이다. 문화에는 우열이 없다. 어제 열린 리셉션에서 한국 안숙선 명창의 판소리를 들었는데,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좋았다.

▶이인호=3국은 서로 각자에게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할 가치와 정신적 태도를 지녀야 한다. 이렇게 할 수 있을 때 동북아는 공유된 세계관을 지닌 커뮤니티로서 인류 공동체의 운명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도야마 아쓰코=3국에는 문화적 독자성이 있다. 하지만 이를 세계적 관점에서 보면 공통점이 있다. 문화적.예술적 기반에서 공통성이 있는 3국이 대립과 불신을 넘어 신뢰와 공감을 가졌으면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 교류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정보기술(IT)이 새로운 문화 교류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바오청=미래 발전을 위해서는 3국 간 문화와 교육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대학들도 실질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 경제협력 확대는 기본

▶사공일(2부 사회)=경제협력 측면에서 아시아의 연대 강화를 위한 구체적 아이디어를 제시해 달라.

▶윤종용=지금 산업은 소프트화와 융합화.복합화가 일어나고 있다. 동북아 3국은 이런 변화를 주도할 기술적 능력이 있다. 일본은 기초기술에서 선진국이고, 한국은 양산기술에서 뛰어나고, 중국은 특수한 기초기술 분야에서 앞서 간다. 3국 간 협력이 늘어나면 동북아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지역이 된다. 기술협력의 통로는 아무래도 대학과 연구소가 좋을 것 같다.

▶판강=3국은 금융과 통화 부문에서 협력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외환보유액은 2조7000억 달러에 이르고 그중 동북아 3국이 가진 게 1조9000억 달러다. 3국의 공통 이익을 기초로 아시아의 '공동 통화'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강신호=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빠른 속도로 넘어오고 있다. 3국 간 협력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동북아 경제협력체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는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걸림돌은 각국의 민족주의와 보수화 흐름이다. 3국 경제구조 특성상 경제협력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기업 간 전략적 제휴가 활성화돼야 한다.

▶사카키바라=금융.통화에 대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3국 간 협력이 필요하다. 아시아형 선진 7개국(G7) 같은 포럼을 만들어 외환정책을 논의하자. 지금의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는 양국 간에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확대하고 집약하는 차원에서 3국 공동 FTA 추진이 바람직하다.

▶니와 우이치로=중국은 고도성장과 공업화 및 방대한 에너지 수요 시대를 맞고 있다. 물.식량, 그리고 에너지 문제는 아시아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이 같은 아시아 전체의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술 연구를 위한 '이노베이션 플라자'와 같은 3국 간 공동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이구택=동북아는 세계 철강 생산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은 1952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창설해 EU 통합을 선도했다. 지역 철강공동체가 구성된다면 동북아가 경제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산업계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나카가와 가쓰히로=도요타는 한국과 일본에서 활발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에서 많은 현지 직원이 일본 본사를 방문해 다양한 것을 배워가고 있기도 하다.

▶김재철=21세기는 해양시대다. 효율적 해양 활용은 3국의 공통과제다. 3국이 공유하고 있는 서해를 잘 이용해야 한다. 서해는 한때 수산자원이 풍부한 곳이었으나 지금은 공해물질로 오염돼 있다. 오염 방지와 남획 금지 방안을 마련하면 지금보다 몇 배의 수산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서해를 '양어장'으로 만드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가자.

▶덩중한=법률 규제로부터 사회 제도에 이르기까지 서로 적응해야 한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불필요한 오해를 줄여야 한다. 중국은 사회구조.법규.세무 등에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하고 있다. 과학 기술 영역에 투자하는 외국자본에 대해서도 많은 우대 정책을 펴고 있다.

▶후안강=이번 토의를 통해 우리의 목표가 경제단일화 구축이라는 것이 명확해졌다. 오늘 논의는 강을 건너기 위해 어떤 다리와 배를 이용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3국 공동 FTA를 구축하자는 것이 우리의 확실한 공감대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 회의는 생산적이었다. 이런 회의가 성공적으로 지속됐으면 한다.

◆ 특별취재팀=유상철(팀장).이현상.박소영.장세정.윤창희 기자

김현기 도쿄특파원<world@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