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많아지는 계절…근시 막으려면 햇빛 가까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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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구 기자]

봄의 절정을 지나 여름으로 향하는 시기다. 일조량이 늘면서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걱정이 많아지고 있다. 과도한 햇빛 노출이 눈 건강에 좋지 않을 거란 믿음에서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햇빛이 근시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비앤빛강남밝은세상안과 박유경 안과전문의의 도움으로 햇빛과 눈 건강의 관계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3~9세 어린이의 평일 실외활동 시간은 하루 평균 34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차 줄어드는 양상이다. 그 결과 국내 어린이·청소년 10명 중 8명은 비타민D 결핍 또는 부족 상태인 것으로 보고된다. 의식적으로 햇빛을 피하고, 실내활동을 늘린 탓이다.


국내 어린이·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이 높게 보고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안과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한국의 근시 유병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인종적·유전적 특성을 제외하더라도 유아기부터 실내 생활이 많고, TV·스마트기기·책 등 근거리 작업을 주로 하는 생활습관이 근시 유병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줄어들어 비타민D가 합성되지 않으면 근시 진행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음식으로 비타민D를 섭취할 수 있지만, 평상시 식사로 섭취할 수 있는 양은 필요 비타민D의 10%에 불과하다. 어린이 근시 예방을 위해선 필수적으로 햇빛을 일정 시간 이상 쐬어야 한다는 의미다.


햇빛이 근시를 예방하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근시는 안구 길이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져 발생한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안구가 과도하게 성장해 비정상적으로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햇빛을 받으면 대뇌의 도파민 분비가 촉진돼 안구의 비정상적인 성장을 막는다.


연구에 따르면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수록 근시 발생률이 최대 4배 감소한다. 근시 진행을 20% 늦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근시는 한 번 시작되면 안구 성장이 멈추는 만 18세까지 지속되므로, 적절한 관리와 교정이 필요하다.


선글라스 대신 챙 넓은 모자로 충분

근시 발생률 최대 4배 감소…황반변성·안구건조증 예방 효과도

적당한 햇빛은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의 눈 건강에도 유익하다. 비타민D는 면역력 저하로 발생하는 눈 밑 떨림, 알레르기 결막염 등에 대한 항체를 만든다. 대표적인 실명 질환인 황반변성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얼마 전 유럽에서 보고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타민D의 혈중 농도를 평균 50ug/ml로 꾸준히 유지한 결과 안구건조증을 치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물론 너무 강한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되는 건 눈 건강에 좋지 않다. 적당한 기준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흔히 나들이 갈 때 선글라스를 아이들 필수품으로 챙기는 부모가 적지 않다. 성장기 아이에게는 가시광선을 지나치게 차단하는 행위다. 이로 인해 시력 발달이 저해된다. 챙 있는 모자를 쓰는 정도로 자외선 차단은 충분하다.


소아청소년기에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의 근거리 작업이 많아지면 가성 근시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일시적인 근시인 가성 근시는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금세 회복하지만, 방치할 경우 영구적인 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소아청소년 근시 예방을 위한 팁

1. 하루 30분 이상 야외활동으로 비타민D를 합성한다.

2. 실내에서 불빛을 밝게 하고 공부할 땐 반드시 스탠드를 켠다.

3. TV나 스마트폰, 책을 볼 땐 너무 가까이서 보지 않는다.

4. 근거리 작업을 1시간 했다면, 반드시 5~10분은 먼 곳을 응시하며 휴식한다.

5. 단백질 등의 영양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건강한 식습관을 가진다.

6. 올바른 시력발달을 위해 6개월에 한 번씩 정기 안과검진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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