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청와대에선] 청와대에서 대통령보다 보기 힘든 사람은?

중앙일보

입력

“올 거에요.”(청와대 관계자)
“오지 않겠어요.”(청와대 고위 관계자)
“오라고 해야겠네요.”(청와대 최고위 관계자)

그런데 안 오고 있습니다. 누구길래 이렇게 여러 명의 청와대 사람들이 말을 하느냐고요? 바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입니다. 검찰 개혁이 새 정부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르고, 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파격 발탁되는 등 민정수석에게 기자들이 물어볼 게 많아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 모습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 모습 [중앙포토]

조 수석은 지난 11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청와대 기자회견장이 있는 춘추관에 와서 기자들을 만난 뒤 춘추관에 오지 않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청와대 기자들이 조 수석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을 더 자주 봤다는 겁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이던 지난 10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임종석 실장 인선을 직접 발표하기 위해 처음 춘추관에 왔습니다. 그 뒤로도 지난 19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기 위해 춘추관에서 와서는 예정에 없던 취재진과의 일문일답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1일에도 문 대통령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발표하러 직접 왔습니다. 발표 뒤 이어지는 일정 때문에 질문을 받지 못하게 된 문 대통령은 취재진을 향해 “양해해주시겠죠?”라고 웃으며 이해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정리를 하면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보다 더 얼굴을 보기 힘든 사람이 조국 수석이 되는 셈이죠.

물론 역대 청와대 참모진 중에서 기자단과 가장 거리가 멀었던 참모는 거의 항상 민정수석이었습니다. 관장하는 일이 민감한 사안이고, 자칫 민정수석의 발언이 기사화될 경우 정치적 파장이 커질 수도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청와대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사례에서 보듯이 소통하지 않는 게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진 않았습니다. 장막에 가려 있던 박근혜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은 정권이 힘이 셀 때도, 무너진 지금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아무튼 청와대 기자들은 오늘(22일)도 조국 수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연 언제쯤 조 수석과 일문일답을 주고 받을 수 있을까요.

아, 그리고, 오늘은 아마 저희도 문 대통령의 얼굴을 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문 대통령이 오늘은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에서 하루 휴가를 보내고 있어서입니다. 물론 4대강 관련 업무지시를 하는 등 청와대는 멈추지 않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청와대에서 허진 기자였습니다.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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