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매케인 상원의원 “사드 비용 미국이 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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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특사외교가 활발하다. 미ㆍ중ㆍ일 등 한반도 주변 열강에 파견한 특사들은 현지 활동을 마치고 속속 귀국하고 있다. 이들 3국에 파견된 특사들은 해당국과의 의견교환을 통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와 위안부 합의 등 갈등 이슈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러시아, 아세안 등에선 여전히 특사외교가 진행 중이다.
미국 특사로 워싱턴을 찾았던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은 19일(현지시간)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매케인 위원장이 “사드 돈(비용)은 우리(미국)가 낸다”고 밝혔다고 홍 특사가 전했다. 홍 특사는 20일 미국 출국을 앞두고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매케인 위원장이 확실하게 그 얘기를 했다”며 이같이 알렸다.

홍석현 특사가 19일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을 만나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새 정부의 안보 철학을 알리고 있다. 채병건 특파원

홍석현 특사가 19일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을 만나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새 정부의 안보 철학을 알리고 있다. 채병건 특파원

사드 배치 비용은 당초 한ㆍ미 합의에 따라 미국이 부담키로 돼 있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이 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뒤 양국 관계의 뇌관으로 불거진 상태다. 매케인 위원장이 밝힌 미국 부담 원칙이 트럼프 행정부와 조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화당 내 정통 보수파가 사드 비용 문제로 한ㆍ미 동맹이 상처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사드 비용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공화당의 대선 후보였던 매케인 위원장은 미국 의회의 거물이다.

미국 특사로 방미한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이 17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식 면담을 마무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보좌관, 홍 특사, 트럼프 대통령, 안호영 주미대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사진 백악관]

미국 특사로 방미한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이 17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식 면담을 마무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보좌관, 홍 특사, 트럼프 대통령, 안호영 주미대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사진 백악관]

매케인 위원장은 홍 특사에게 “한ㆍ미 동맹이 얼마나 중요한가, 우리가 잘 알고 있고 같이 잘하자”며 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홍 특사도 한ㆍ미 동맹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특사는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설득 해야하고, 중국의 체면도 살려야 한다”며 “한ㆍ미가 잘 협의해 중국과 공동 대처를 하면서 중국이 잘 빠져나올 수 있도록 방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홍 특사는 특사단의 성과로 “향후 대통령 방문에 대한 준비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양국의) 공동 입장을 만들어 나가는데 필요한 여러 정보와 느낌을 가지고 간다”고 설명했다. 이번 특사 외교를 통해 그간 우려됐던 한ㆍ미간 정책 충돌 가능성을 불식시키면서 다음달 말로 예상되는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을 방문했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은 21일 귀국했다. 이 특사의 임무는 사드 문제로 악화된 한ㆍ중 관계 복원 방안이었다. 이를 위해 이 특사는 방중 첫날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4시간에 걸쳐 회담과 만찬을 이어가며 양국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

 시진핑 주석에게 친서 전달하는 이해찬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1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이해찬 중국 특사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2017.5.19  chinakim@yna.co.kr/2017-05-19 11:28:54/<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시진핑 주석에게 친서 전달하는 이해찬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1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이해찬 중국 특사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2017.5.19 chinakim@yna.co.kr/2017-05-19 11:28:54/<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둘째 날에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예방해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 가자고 제안했다. 특사단은 이날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 쑹타오(宋濤) 공산당 중앙 대외연락부장과도 만났다. 이날 특사단은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한ㆍ중 양국이 사드와 북핵 문제를 다룰 협상단을 꾸려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기로 합의했다”고 방중 성과를 밝혔다.
일본 특사로 나섰던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박 4일간의 방일을 마치고 20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경색된 한ㆍ일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선 “파기하자는 말은 안했고, 다만 현재 대부분의 한국 국민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며 “그 취지를 이해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와 악수하는 문희상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문재인 대통령의 대일 특사인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이 18일 일본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17.5.18  jsk@yna.co.kr/2017-05-18 10:25:40/<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아베 총리와 악수하는 문희상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문재인 대통령의 대일 특사인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이 18일 일본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17.5.18 jsk@yna.co.kr/2017-05-18 10:25:40/<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러시아 특사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22일 출국한다. 송 특사는 한반도 주변 4강 특사단의 마지막 주자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요청하고 천연가스 등 양국 간 경제협력 사안에 대해 한국 정부의 의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 특사로 임명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필리핀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 등 3개국을 방문하기 위해 21일 출국했다.
EUㆍ독일 특사로 파견된 조윤제 서강대 교수는 지난 19일 벨기에 브뤼셀의 EU본부에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을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는 등 특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교황청 특사인 김희중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은 25일까지 로마에 머물며 교황청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한반도의 평화 정착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워싱턴ㆍ베이징ㆍ도쿄=채병건ㆍ신경진ㆍ이정헌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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