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와 함께 대표적 재벌 저격수 “사람 중심 경제, 실천 기회라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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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꿈꿔왔던 ‘사람 중심의 정의로운 경제’를 현실에서 실천해 볼 기회라 생각해 이 직책을 맡게 됐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두드려 패는 식 재벌 개혁 반대” #18대 대선 때 안철수 경제 멘토

경제부총리와 함께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투 톱’ 역할을 할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장하성(64)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일성이다. 그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와 함께 ‘재벌 저격수’로 불리며 숱한 대기업들을 떨게 만든 인물이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 실장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97년 참여연대에서 경제민주화위원장직을 맡아 소액주주 운동을 하면서다. 이듬해 삼성전자 주주총회장에서 13시간 넘게 계열사 간 부당거래 문제를 공격한 일화는 유명하다. 2006년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제일모직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면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139억원 규모의 소송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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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실장은 같은 해 8월 소위 ‘장하성 펀드’를 출시해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기업의 지분을 인수해 투명한 이사진을 구성하는 등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게 목적이었다. 외부에서 지배구조 개혁을 외치는 것보다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도에서 이뤄진 시도였다.

2012년 18대 대선 때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진심캠프’에서 국민정책본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19대 대선에선 특정 후보 캠프에 몸을 담지는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때 경쟁 후보의 멘토였던 경제학자를 청와대 정책실의 컨트롤타워로 영입한 셈이다.

장 실장이 공직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장외 개혁투사였던 그가 제도권 안으로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그도 이런 사실을 의식한 듯 임명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과는 개인적으로 깊은 인연이 없지만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인사들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정말 이 정부가 뭔가 변화를 일으키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일을 이뤄내려는 의지가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흔들렸고, 그때 대통령께서 (정책실장을 맡아 달라고) 말씀하시니 제가 차마 더는 뭐라고 하지 못하고 응했다”고 말했다.

재벌 개혁과 관련해서는 그는 “(재벌 개혁은 필요하지만) ‘두드려 패는 식의 재벌 개혁에 반대한다’는 소신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재벌 개혁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강자와 새로운 성공기업, 새 중소기업의 성공신화 등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라 고 설명했다.

장 실장의 가족과 친족 중에는 유명인이 많다. 참여정부 시절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냈던 장하진씨가 누나이고,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 등의 저서로 유명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사촌 동생이다. 장 실장의 숙부이자 장하준 교수의 부친은 김대중 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장재식 전 의원이다.

◆장하성(64)

광주 출생, 고려대 경영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학 박사,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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