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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북한 황강댐 ‘물 폭탄’ 그후 1년…임진강 봄 진객 웅어 씨가 말랐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7일 오후 4시30분쯤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리 임진나루 선착장.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민통선 내 선착장 주변에는 1t 미만의 어선 5척이 조업을 포기한 채 뭍으로 올라와 있고 강가에는 어선 8척만 정박해 있다.

지난해 5월 황강댐 두차례 대규모 무단 방류 여파 추정 #웅어ㆍ황복 등 올 봄 임진강 어족자원 자취 감추다시피 #지난해 봄 방류전 70t 잡었던 웅어, 올 봄 수백㎏ 불과 #황강댐 방류로 산란지 수중생태환경 파괴된 영향 가능성

본지 취재진은 한 어민의 0.5t 어선에 타고 1㎞ 하류의 웅어 조업 현장으로 향했다. 어민이 강에 쳐둔 각망을 들어 올리자 길이 10㎝ 정도 크기의 살치 10여 마리만 들어 있었다. 이어 인근에 설치된 낭장망을 다시 걷어 올렸지만, 마찬가지 상태였다. 15㎝ 길이의 어린 웅어 1마리와 살치 등 물고기 몇 마리가 전부였다.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에 설치한 그물에 웅어가 1마리만 잡히자 김현옥 파주어촌계장이 실망해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에 설치한 그물에 웅어가 1마리만 잡히자 김현옥 파주어촌계장이 실망해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 어민은 “지난해 이맘땐 들어 올리지 못할 만큼 웅어가 그물에 가득 차 일부를 풀어주고 겨우 들어 올렸고, 선박에 더 싣지 못할 정도로 강에 웅어가 넘쳐났는데…”라며 고개를 떨궜다. 그물에는 봄철 임진강 진객이자 1마리 음식값이 20만∼25만원 하는 고급어종인 황복도 보이지 않았다.

경기도 파주 임진강에 웅어와 황복이 제철을 맞았지만, 자취를 감추다시피 해 어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에 설치한 그물에 살치 10여 마리만 잡히자 김현옥 파주어촌계장이 실망해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에 설치한 그물에 살치 10여 마리만잡히자 김현옥 파주어촌계장이 실망해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조업현장을 안내한 김현옥(47) 파주어촌계장은 “지난해 5월 북한 황강댐의 대규모 무단방류로 인해 임진강 하류 지역의 어족자원이 고갈되다시피 한 상태”라며 “지난해 황강댐 방류 이전 1개월여 사이에 80여 명 어민이 70t의 웅어를 잡았는데 올해는 어획량이 고작 수백㎏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지난해 북한 황강댐 무단방류로 서해안에서 회귀한 웅어가 산란한 알이 떠내려가거나 폐사하는 등으로 수생 생태계가 파괴된 여파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임진강에서는 지난해 5월 16일 오후 10시50분과 17일 오전 1시 등 두 차례에 걸쳐 북한댐에서 초당 400t가량의 물을 예고없이 방류하는 바람에 임진강 어민들의 어구가 대부분 떠내려가는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제철을 맞은 웅어와 황복이 쓸려 내려가고 냉수 유입으로 수온이 낮아져 웅어 등이 더이상 올라오지 않는 바람에 어민들은 6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봄철 성어기 내내 거의 조업하지 못하는 피해를 당했다.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에 설치한 그물에서 잡힌 어인 웅어 1마리. 우상조 기자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에 설치한 그물에서 잡힌 어인 웅어 1마리. 우상조 기자

웅어는 4~5월에 연안 바다에서 산란을 위해 임진강 하류로 거슬러 올라온다. 부화한 어린 치어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바다에 내려가 월동한 후 이듬 해 산란지로 회귀한다. 황복도 산란을 위해 임진강으로 회귀한다.

어민 장석진(53)씨는 “올해부터는 웅어를 중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냉장 및 냉동 시설까지 갖추고 유통업체와 수출계약까지 맺은 상태였는데 수포로 돌아갔다”며 “황복도 올 봄에는 예년의 10% 정도만 잡혀 봄철 성어기 조업을 완전 망쳤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북한 황강댐 무단 방류 이후 올 봄 파주 임진강 조업 피해 집중지역 위치도. [중앙포토]

지난해 5월 북한 황강댐 무단 방류 이후 올 봄 파주 임진강 조업 피해 집중지역 위치도. [중앙포토]

이에 대해 국립수산과학원 이완옥(어류학) 박사는 “지난해 북한댐 방류로 웅어 등의 산란지가 훼손된 여파로 올해 웅어 어획량이 감소했을 가능성 있다”며 “그러나 올해의 경우 수온이 낮은 데다, 웅어의 경우 해마다 어획량이 들쭉날쭉한 점 등도 감안해 정밀한 실태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진강 어민들은 “지난해 북한댐 무단 방류로 인해 어구가 떠내려가고 성어기 조업을 못한 데다 어획량 급감으로 수십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지만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지원금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웅어 등 봄 제철 어종이 자취를 감추다시피 하자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 임진나루에는 소형어선 여러 척이 조업을 않고 정박해 있다. 우상조 기자

웅어 등 봄 제철 어종이 자취를 감추다시피 하자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 임진나루에는 소형어선 여러 척이 조업을 않고 정박해 있다. 우상조 기자

이에 대해 경기도와 파주시는 “북한댐 방류로 인한 피해는 자연재해가 아니어서 관련법상 보상규정이 없고, 예산 부족 등으로 어민들에게 위로금도 지원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북한댐 방류로 인한 어민 피해도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 관련법 개정을 요청해 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임진강 어민들은 “북한댐 무단방류 때문에 어민들만 애꿎은 피해를 당하는 상황은 이해할 수 없다”며 “임진강 명물인 웅어와 황복·참게 등을 복원하기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파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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