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의 중앙지검장 발탁 … 수사 독립성 유지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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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후임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속도만큼이나 내용도 파격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승진 임명한 것이다.

일단 대통령이 일선 검찰청의 검사장 인사를 직접 단행한 것 자체가 ‘사건’이다. 현재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중앙지검장·검찰국장까지 감찰을 받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자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이해된다. 검찰청법 34조에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돼 있어 법적 하자도 없다.

문제는 중앙지검장이 갖는 실질적·상징적 의미다. 대검 중수부가 폐지된 이후 중앙지검은 대형 권력형 비리와 대기업 수사 등을 사실상 독점 수사해 왔다. 이런 기관의 수장에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가 ‘항명 파동’과 함께 좌천됐던 윤 지검장을 전격 발탁한 것은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 및 공소유지 수행의 적임자”라는 청와대의 발탁 배경 설명은 뭔가 미진하다. 오히려 “코드 맞추기 인사를 통해 검찰 조직을 장악하려는 시도 아니냐”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방향과는 모순된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인사는 또 검찰 내 기수 문화에 따른 서열을 파괴했다. 윤 지검장이 고검 검사에서 두 계단을 뛰어 고검장급에 발탁되면서다. 이번에 청와대가 중앙지검장을 검사장급으로 격하시킨 것은 이런 사정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경위야 어떻든 2005년 고검장급 격상 이후 검찰총장 후보군에 들면서 정치적 사건 수사 등에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을 받던 자리의 격을 환원한 것은 다행이다. 검찰은 조만간 단행될 장관과 총장 인사로 또 한번 요동칠 공산이 크다. 누굴 지명하든 정파 이익이 아닌 국민 권익을 우선해야 후유증이 최소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