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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가봤습니다] 미세먼지 닿으면 끝 … 살얼음판 ‘천리안2’ 제작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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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반도 상공(동경 128°2)엔 ‘천 리(약 393㎞)를 본다’는 눈(천리안)이 있다. 정지궤도위성인 천리안 1호다. 3만6000㎞ 높이에서 24시간 한국을 보고 있다. 다른 위성과 달리 정지궤도위성은 지구가 자전하는 속도로 지구를 돌고 있어서, 지구에서 볼 때 항상 똑같은 곳에 떠 있다.

항공우주연 기상위성 테스트 홀 #올해 수명 다하는 천리안 1호 대체 #경제가치 16조, 극도의 청결 필수 #사방 30㎝에 먼지 입자 겨우 수십 개 #방진복 입고 한땀한땀 수작업 조립

2010년부터 가동 중인 천리안 1호는 올해 수명이 다한다. 이를 대체하려고 정부는 2개의 천리안 2호 위성을 제작 중이다. 본지는 지난 16일 기상을 관측하는 탑재체를 위성 본체(천리안2A호)에 조립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위성 시험동 테스트 홀 10을 방문했다.

내년에 우주로 날아갈 이 위성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날씨 관측이다. 기상 예보는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영국 메트로 오피스에 따르면 기상예보 정확도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력은 0.025%다. 이 중 기상위성의 데이터가 기상예보 정확도의 40%를 좌우한다. 한국 GDP(578조원·2016년)에 단순 적용해보면 기상위성의 경제적 가치는 15조78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엔지니어들이 천리안2A위성 본체에 정밀 전자장비를 부착하고 있다. [대전=김성태 기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엔지니어들이 천리안2A위성본체에 정밀 전자장비를 부착하고 있다. [대전=김성태 기자]

테스트 홀에 있는 기상 탑재체는 회색 이불 같은 물질로 돌돌 말려 있었다. 태양에너지로부터 탑재체가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절연체(multi-layer insulation)다. 살짝 찢어져서 먼지라도 들어가면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당일 전공 조립실 내부는 30㎝*30㎝ 공간당 0.5㎛ 미만의 미세한 먼지 입자가 35~74개밖에 없을 정도로 먼지 관리가 철저했다. 본지 기자도 방진복·방진 모자를 입고 에어샤워 실을 거쳐 입장했다.

이 탑재체가 특별한 것은 이 안에 들어있는 카메라 성능이 획기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이다. 양군호 항우연 정지궤도복합위성체계팀 책임연구원은 “천리안 1호 대비 해상도가 4배 선명하고, 관측 주기(30분→10분)는 3배 향상된다”고 말했다. 한반도 주변 관측 시간은 8분에서 2.5분으로 줄어들고, 관측 파장(channel)은 5개에서 16개로 늘어난다. 쉽게 말해서 지표면과 우주 사이 공간에서 16개 단면을 촬영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더 정밀하게 기후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이 위성이 뜨면 기상 오보도 줄어들까. 천리안 2호 탑재체와 동일한 ‘3세대 탑재체’는 지금까지 3대가 우주로 올라갔다. 2대는 아직 시험비행 중이고, 1대는 이제 막 영상자료를 받기 시작해 정확도 통계는 없다. 따라서 기상 오보가 얼마나 줄어들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기존 천리안 1호는 예보 정확도를 1%포인트 높였다.

위성본체가 기상 탑재체를 싣고 우주에서 한반도를 촬영하는 모습을 가상으로 구상한 상상도. [사진 항우연]

위성본체가 기상 탑재체를 싣고 우주에서 한반도를 촬영하는 모습을 가상으로구상한 상상도.[사진 항우연]

기상청은 이날 “세계 세 번째로 탑재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지만 사실 탑재체엔 국내 독자 기술은 없다. 미국의 위성탑재체 전문기업 해리스가 인디애나주에서 조립까지 끝난 완제품을 가져왔다. 정부는 850억원에 구입했을 뿐이다.

반면 이 탑재체를 ‘머리’에 얹고 우주로 올라갈 위성본체 개발은 한국이 주도했고, 탑재체와 위성본체 조립도 국내 기술로 항우연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정지궤도위성은 천리안 2호가 최초다. 천리안 1호는 해외 주도였다.

최재동 항우연 복합위성체계팀장은 “심장·팔·다리·눈을 이어 붙인다고 생명이 탄생하지는 않는 것처럼, 각종 부품이 있더라도 이를 유기적으로 접속해 위성을 만드려면 조립이 가장 중요하다”며 “위성 조립은 ‘위성개발의 꽃’”이라고 말했다.

본체에 부착하는 섬세한 정밀 전자장비는 100% 수작업으로 조립된다. 이날도 항우연 엔지니어들은 신발을 벗고 디귿자 책상에 올라가 엎드린 자세로 일일이 전선이나 트랜지스터를 부착하고 있었다.

항우연은 정지궤도위성 지상시험도 담당한다. 위성은 한번 우주에 올라가면 수리가 불가능해서, 미리 우주와 거의 똑같은 환경에서 성능을 시험한다. 항우연은 우주와 거의 같은 진동·전자파·열진공 등을 테스트하는 시설을 구축했다.

위성본체는 핵심기술·부품의 상당수도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했다. 뜨거운 태양열로부터 위성을 보호하는 단열재·파이프는 두원중공업이 제작했고, 탑재체가 촬영한 영상자료를 전송하는 접속장치는 쎄트랙아이가 만들었다. 위성시스템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는 항우연이 자체 개발했다.

이상률 항우연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은 “천리안 2호는 위성구조물·위성컴퓨터 등 위성 본체의 89%를 독자적으로 설계·제작·운용(기술자립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상 관측 업무를 수행할 천리안2A위성은 내년 하반기 남아메리카 기아나발사장에서 우주로 발사될 예정이다.

대전=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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