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이닝 무실점 데뷔 넥센 브리검 "투심 잘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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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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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의 '보검'이 될까. 새 외국인투수 제이크 브리검(29)이 무난한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브리검은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전에 선발로 나와 5이닝 동안 2피안타·무실점했다. 브리검은 4-0으로 앞선 6회 초 교체돼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으나 불펜 난조로 아쉽게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넥센은 올 시즌 외국인선수 때문에 고민했다. 구단 역대 최고 조건(최대 110만 달러·약 12억원)으로 영입한 투수 션 오설리반은 3경기(2패·평균자책점 15.75)만에 퇴출됐다. 지난해에 이어 재계약한 외야수 대니 돈은 부진(타율 0.107, 0홈런)을 거듭하면서 2군에 내려갔다. 지난해 후반기 돌아와 에이스 역할을 해준 앤디 밴헤켄도 어깨가 좋지 않아 2승3패 평균자책점 4.59에 그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두 번 뿐인 교체 카드 중 하나를 사용해 데려온 브리검의 활약이 절실했다. 그만큼 넥센은 브리검 등판에 공을 들였다. 7일 입국해 9일부터 2군에서 훈련을 하며 몸을 만들게 했다. 장정석 감독은 "오늘 등판인 걸 일찌감치 말해줘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브리검의 제구는 다소 흔들렸다. 피안타는 2개 뿐이었지만 볼넷을 4개나 주며 매회 주자를 내보냈다. 특히 슬라이더와 커브가 말을 잘 듣지 않아 볼이 됐다. 하지만 낮게 깔리는 직구가 효과적이었다. 빠른 공 최고 구속은 시속 149㎞. 싱커를 통해 땅볼을 유도하는 능력도 돋보였다. 1회 1사 만루에서 김하성이 한화 선발 이태양을 데뷔 첫 만루포를 터트리며 브리검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기도 했다.

아쉽게도 넥센 구원투수들은 브리검의 승리를 지켜주지 못했다. 6회 등판한 마정길은 장민석에게 3점 홈런을 맞았다. 4-3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이보근은 석 점을 내주며 4-6 역전을 허용했다. 그래도 이택근이 9회 말 한화 마무리 정우람을 상대로 대타 끝내기 만루포를 터트린 덕분에 넥센은 8-6 승리를 거뒀다. 이택근의 개인 첫 끝내기 홈런이자 KBO리그 통산 역대 2번째 만루홈런이었다. 역대 첫 번째는 두산 송원국이 2001년 6월 23일 잠실 SK전에서 송원국이 기록했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데뷔전이라 그런지 긴장해 볼을 많이 준 것 같다. 전체적으로 만족할 만한 투구였다. 공의 움직임이나 운영 능력을 평가하면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브리검 역시 초반 제구 난조에 대해 "마운드는 던지기 아주 좋았다. 다만 내가 너무 긴장하고 흥분해 감정적으로 흔들려 볼이 많았다"고 했다.

경기 뒤 만난 브리검은 승리를 놓쳤지만 팀이 승리한 덕분인지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즐거웠다. 오랜만에 던졌기 때문에 페이스 조절에 집중했다. 제구가 잘 안 된 건 아쉽지만 보완하겠다"고 평했다. 포수 김재현과 호흡에 대해선 "아주 좋았다. 한국 타자들을 잘 모르기 때문에 사인 내는 대로 던졌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브리검은 "투심으로 땅볼 유도가 잘 됐다. 다음 경기에선 다양한 공을 결정구로 던질 계획이다. 좋은 타자들이 많았는데 내 공을 자신있게 던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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