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매달고 운전해 숨지게 한 20대 집행유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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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2일 새벽 서울 상수동 홍익대학교 인근에서 전모(24)씨가 신호를 무시하고 운전을 했다. 이를 본 보행자 김모(29)씨는 전씨를 불러 세우고 말다툼을 벌였다. 김씨는 전씨의 모습과 행동을 보고 음주운전을 의심했다. 김씨는 전씨가 현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요량으로 전씨 차의 창틀을 붙잡고 실랑이를 벌였다.

[일러스트 박용석]

[일러스트 박용석]

하지만 전씨는 김씨를 무시하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차의 속도계는 시속 50㎞까지 올라갔다. 그대로 100m 정도 끌려가던 김씨는 결국 창틀을 놓치고 쓰러졌다. 머리를 심하게 다친 김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뇌사로 숨졌다. 현장에서 벗어나려던 전씨는 목격자들이 차의 앞을 가로막은 다음에야 멈춰섰다. 당시 전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63%로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김양섭)는 특수폭행치사와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법원은 16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법정에 선 전씨는 횡단보도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 당시 김씨가 차에 매달려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도로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과 목격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전씨가 김씨를 떼어낼 목적으로 속도를 올렸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 전씨가 자신의 범행에 대해 합리성 없는 변명을 하기에 급급하고, 진지하게 반성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전씨가 김씨의 유족들과 원만히 합의해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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