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 기술 빼돌려 '짝퉁 낙하산' 만든 범인, 잡고보니 전임 직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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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한 보조 낙하산 기술을 빼돌려, 해외에 공장을 세우고 제품을 베껴 만든 전직 임직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기존의 보편적인 보조 낙하산은 둥글고 캐노피가 깊은 디자인이다. [사진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기존의 보편적인 보조 낙하산은 둥글고 캐노피가 깊은 디자인이다. [사진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이모(56)씨와 신모(37)씨는 낙하산·방탄복 등 방산품 생산업체 A사에서 각각 부사장과 공장장으로 일해왔다. 2015년 이씨와 신씨는 A사가 새로 개발한 첨단 보조 낙하산을 베껴 팔기로 마음먹었다. 기존의 보조 낙하산은 동그랗고 깊이가 깊은 모양이 대부분인데, A사 낙하산은 깊이가 얕은 사각형 모양으로 기존 제품들보다 가볍고 빨리 펴지며 흔들림도 적었다.

A사가 개발한 사각형 보조 낙하산. 깊이가 얕아 빨리 펴지고 흔들림이 적다. [사진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A사가 개발한 사각형 보조 낙하산. 깊이가 얕아 빨리 펴지고 흔들림이 적다. [사진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이씨는 2015년 말 A사를 그만두고 말레이시아 카장에 공장을 세우고, 빼돌린 A사의 제품도면과 설계사양서 등을 바탕으로 사각 낙하산을 만들었다. 공장장 신씨가 지난해 5월 뒤따라 퇴사하기 전까지, 강원도에 있는 A사 공장에서 생산물량이 없어 휴가를 쓴 A사 직원들을 출근시켜 자신들의 시제품 제작에 동원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만든 짝퉁 사각 낙하산으로 스위스 인증업체의 인증까지 받았다. 이들은 퇴사 전 A사의 해외 바이어를 만나는 자리에서 "A사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모델"이라며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영업하기도 했다. 또 A사의 자료를 빼내 회사를 나오면서, A사 업무용 컴퓨터에 남아있던 자료는 모두 삭제했다. 이 바람에 참고할 기술 자료가 없어진 A사는 공장 가동을 멈춰야 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이씨와 신씨를 업무상 배임·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경찰은 국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행위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국가정보원과 첩보 수집 등 단속을 계속할 방침이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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