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부터 '방망이 응징'까지…자유한국당의 막말 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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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충청지역에서 열린 홍준표 전 대선 후보 필승결의대회. 김성태 기자

지난달 6일 충청지역에서 열린 홍준표 전 대선 후보 필승결의대회. 김성태 기자

자유한국당 대선 패배의 후폭풍이 거세지며 수위가 넘는 막말이 오가고 있다. '비박계'와 '친박계', 홍준표 전 후보와 정우택 지도부로 나뉜 '당권 4파전'이 시작된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막말 발언의 시작은 미국에 머물고 있는 홍준표 전 대선후보가 SNS에 올린 '친박계' 비판이었다.

17일 오전 홍 전 후보는 "탄핵 때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자 당권을 차지해보려고 설친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날 열린 한국당 중진의원 간담회에서는 홍 전 의원의 말을 두고 고성과 욕설 등 표현이 과한 말들이 오갔다.

홍문종 의원은 홍 전 후보의 발언에 대해 "제정신인가. 낮술을 드셨느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적했다.

유기준 의원도 "정치 지도자는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그에 맞는 행동도 보여야 하는데 (홍 전 후보)가 이렇게 하는 것은 썩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며 홍준표 후보를 견제했다.

비박계는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놓고 비난의 말을 쏟았다. 정진석 의원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수 없다. 정부 수립 이후 최대 보수 참패"라며 "보수의 존립에 근본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육모방망이를 들고 무참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경원 의원도 홍 전 후보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샤이 보수'가 아니라, '셰임(창피한)보수'만 남았다고 생각한다"며 "최대 표차로 진 것에 대해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사퇴 압박에도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사퇴 불가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정 원내대표는 "제가 임기도 끝나지 않았는데, 원내대표가 잘못해서 이번 선거가 잘못됐다고 보지 않는다"며 "저마저도 안 하며 정부 여당을 지적할 사람이 지금 없다"고 전했다.

또한 홍 전 후보에 대해서는 "여태까지 대통령 후보로 나왔다가 낙선한 사람들은 자중하거나 정계은퇴를 했다. 그 점을 잘 인식해 주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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