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취임식 끝나자마자 김정숙 여사 달려간 곳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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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김정숙 여사(왼쪽 둘째)가 은사인 이정자 이사장과 포옹하고 있다. 취임식 차림 그대로다. 왼쪽은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숙명여고]

지난 10일 김정숙 여사(왼쪽 둘째)가 은사인 이정자이사장과 포옹하고 있다. 취임식 차림 그대로다. 왼쪽은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숙명여고]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찾은 곳이 있다.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모교 숙명여고였다. 이날은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동문 기 대표들이 만나는 날이었다.

모교 숙명여고서 동문에게 감사 인사 #동문들 “왕비가 세운 학교 첫 영부인”

김 여사는 1967년 숙명여중에 입학했고 70년 숙명여고(62기)에 진학한 이른바 ‘6년 숙명인’이다. 62기 기 대표도 맡고 있다. 하지만 그간 선거운동 때문에 제대로 동문회에 참석하지 못했으나 이날은 시간을 냈다. “스승의 날도 다가오는데 오늘은 꼭 가보고 싶다”며 수행비서만 대동한 채였다. 대통령 부인으로서 첫 비공식 행사였다.

취임식 때 옷차림으로 회의장에 들어선 김 여사를 동문들은 박수로 맞았다. “축하해요”란 인사가 이어졌다. 동문들은 “그 옛날에 왕비가 세운 우리 학교에서 111년 만에 첫 영부인이 나왔다”고 했다.

숙명여고는 1906년 5월 22일 고종의 계비 순헌황귀비가 세운 여성 사학이다. 여성의 신교육을 목표로 한성 박동(서울 종로구 수수동)에 있었던 용동궁(龍洞宮)을 내려 학교를 짓고 경비를 지원했다. 당시엔 명신여학교(明新女學校)란 이름이었다.

김 여사의 은사인 명신여학원 이정자 이사장은 김 여사의 손을 잡곤 “내가 학교를 이렇게 오랫동안 지키고 있었던 것이 오늘을 보려고 그랬던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동문들은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우리 선생님이 눈물 흘리신 걸 오늘 처음 봤다”고 했다.

김 여사는 “제가 여성으로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이곳에서 6년 동안 선생님들이 가르쳐 주셨다. 정말 감사하다”며 허리 굽혀 인사했다. 김 여사의 2년 손위 언니 김명숙(작고)도 숙명여고 출신이다.

대선 기간 중 숙명여고 동문들의 도움이 컸다는 게 정치권의 전언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취약 지역으로 꼽히던 서울 강남 등지에서 동문들이 기수별로 삼삼오오 모임을 갖고 물밑 지원을 벌였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숙명여고 출신 정치인은 드문 편이다. 김대중 정부 때 총리에 지명됐던 장상 전 총리 서리와 김 여사와 중·고교 친구인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도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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