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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광명역~사당역 KTX 셔틀버스는 마을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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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1일 오전 승객 11명이 탄 사당역행 KTX 셔틀버스.

11일 오전 승객 11명이 탄 사당역행 KTX 셔틀버스.

지난 10일 오후 서울지하철 사당역 4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 코레일이 운행하는 사당역~경기 광명역 구간 직행 셔틀버스가 지난 1월부터 운행 중이다. 셔틀버스가 텅 빈 채로 정류장에 도착하자 버스에 오른 승객은 모두 3명뿐. 셔틀은 강남순환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 18분 후 광명역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승객 중 2명은 광명역이 아닌 다른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KTX를 타러 온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집이 광명역 인근이라 셔틀을 탔던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36인승 한 대당 이용객 평균 5명 #그나마 절반은 KTX 이용과 무관 #코레일 “고객 우선, 적자라도 운행”

사당~광명역 KTX 셔틀버스가 이처럼 텅텅 빈 채 운행 중이다. KTX 셔틀버스의 요금은 2400원이다. 코레일이 밝힌 하루 평균 이용객은 1500명. 사당~광명역 KTX 셔틀버스는 양 방향으로 145편씩, 하루 290편이 운행된다. 발표대로라면 버스 한 편당 5명이 타는 셈이다.

광명역에서 출발하는 셔틀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 11일 오전 출근 시간에 맞춰 광명역에서 사당역으로 가는 셔틀버스엔 11명이 탔다. 일일이 물어보니 “KTX에서 내려서 셔틀을 탔다”는 이는 4명뿐이었다. 7명은 KTX와 무관한 손님들인 것이다. 승객 장은숙(38)씨는 출퇴근 용도로 셔틀을 타고 있다. 장씨는 “안양에 살며 서울 선릉역까지 출근하는데 이 버스를 이용한다. 이전엔 구로역에 가서 전철을 탔다. 이전보다 15분 더 걸리지만 앉아 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셔틀 승객 중 ‘광명역까지 KTX를 타고 와서’ 혹은 ‘광명역에 KTX를 타러 가려고’ 이용하는 경우는 54%다. 승객 둘 중 하나는 KTX 이용과 무관한 ‘마을버스 손님’인 셈이다.

KTX 관련 승객 비율이 적은 데는 소요 시간도 작용한다. 코레일은 “편도 소요 시간이 15~20분”이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11일 오전 8시쯤 광명역에서 출발한 셔틀은 강남순환도로 사당 나들목을 빠져나가는 데만도 30분 이상 걸렸다. 버스 기사는 “그나마 끼어들기를 해서 이 정도이지 법규를 지켜가며 운전하면 나들목 나가는 데 한 시간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사당~광명역 셔틀 운행을 위해 27억원을 들여 36인승 버스 11대를 구입했다. 또 기사 24명과 관리인력 6명 등 30명을 채용했다. 코레일은 “이 셔틀로 적자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자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코레일의 지용태 여객신사업단장은 “운행 초기에 비해 이용객이 2배가량 늘었다. 광명역세권에 6000가구 아파트단지가 내년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이용객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광명역세권 주민이 이 셔틀을 이용하는 것은 당초 KTX 이용객의 편의를 위한다는 도입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 한국교통연구원 강상욱 대중교통연구센터장은 “버스 이용률, KTX와의 연계비율, 버스의 정시성 등을 고려할 때 도입 취지에 비해 미흡한 면이 적지 않다. 셔틀버스가 효율적으로 운행될 수 있게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셔틀 운영만으로는 적자가 나겠지만 고객의 편의성 증진과 KTX와의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이점이 훨씬 많다”며 “올 하반기에는 부천 송내역~광명역 간 직통버스를 운행하고 9월에는 광명역~인천공항 간 공항버스도 운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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