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사당~광명 KTX셔틀버스는 마을버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광명역에서 출발한 KTX셔틀버스가 사당역에 도착하자 승객들이 내리고 있다. 함종선 기자

광명역에서 출발한 KTX셔틀버스가 사당역에 도착하자 승객들이 내리고 있다. 함종선 기자

지난 10일 오후 서울지하철 사당역 4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 코레일이 운행하는 사당역~경기 광명역 구간 직행 셔틀버스를 타보기로 했다. "서울 강남권 거주자가 손쉽게 광명역에서 KTX를 탈 수 있게 하겠다"며 지난 1월 이후 운행하고 있다.

사당역 4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에 KTX셔틀버스 승차안내판이 걸려있다. 함종선 기자

사당역 4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에 KTX셔틀버스 승차안내판이 걸려있다. 함종선 기자

정류장 전광판에는 '17분 후' 버스가 도착한다고 안내됐다. 이윽고 버스가 텅 빈 채로 정류장에 도착했다. 셔틀에 오른 승객은 모두 3명뿐. 배차 간격이 10분 안팎인 여타 버스와 비교하면 셔틀 승객은 매우 적었다.

광명역행  KTX셔틀버스가 17분 후에 도착한다는 정보가 버스정류장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함종선 기자

광명역행 KTX셔틀버스가 17분 후에 도착한다는 정보가 버스정류장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함종선 기자

셔틀은 강남순환고속도로, 이어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 18분 후 광명역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승객 중 2명은 광명역이 아닌 다른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KTX를 타러 온 것 아니냐" 물었더니 "집이 광명역 인근이라 셔틀을 탔던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사당-광명역 KTX 셔틀버스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승객이 매우 적어 버스가 텅텅 빈 채 운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인근 주민이 KTX 이용과 무관하게 타는 경우도 많다. KTX 셔틀버스는 요금 2400원을 받는다.

36인승 버스 한대에 평균 5명 탑승 #절반은 KTX이용과 무관한 마을주민 #'소요시간 20분'이라지만 한시간 넘기도 #강남순환도로 사당IC구간은 상습 정체 #코레일 "고객 편의성 위해 적자라도 운행" #올해 부천송내역~광명역 등 2개 노선 추가

코레일이 올 연초에 밝힌 도입 목적은 '서울 강남권에서 KTX를 편리하게 이용하고 지방에서 KTX를 타고 올라오는 이용객의 강남권 접근성을 좋게 하기 위해서"다. 코레일과의 경쟁사로서 지난해 말 운행을 시작한 수서발 고속열차(SRT)의 승객 일부를 끌어오겠다는 전략도 있다.

광명역 버스정류장에서 KTX 탑승장으로 가는 통로. 이용객이 없어 한산하다. 함종선 기자

광명역 버스정류장에서 KTX 탑승장으로 가는 통로. 이용객이 없어 한산하다. 함종선 기자

코레일은 지난달 "KTX 셔틀버스 누적 이용객이 10만 명을 넘었다.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발표했다. 코레일이 밝힌 하루 평균 이용객은 1500명. 사당-광명역 KTX 셔틀버스는 양 방향으로 145편씩, 하루 290편이 운행한다. 발표대로라면 버스 한 편당 5명이 타는 셈이다.

아침 출근길인데도 광명역행 KTX셔틀버스 안의 승객은 11명에 불과했다. 함종선 기자

아침 출근길인데도 광명역행 KTX셔틀버스 안의 승객은 11명에 불과했다. 함종선 기자

광명역에서 출발하는 셔틀은 어떨까. 11일 오전 출근 시간에 맞춰 광명역에서 사당역행 셔틀버스를 탔다. 버스에는 11명이 탔다. 일일이 물어보니 "KTX에서 내려서 셔틀을 탔다"는 이는 4명뿐이었다. 7명은 KTX와 무관한 손님들인 것이다. 승객 장은숙(38)씨는 출퇴근 용도로 셔틀을 타고 있다. 장씨는 "안양에 살며 서울 선릉역까지 출근하는데 이 버스를 이용한다. 이전엔 구로역에 가서 전철을 탔다. 이전보다 15분 더 걸리지만 앉아 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승객은 "광명역 인근이 집"이라고 했다. 이 승객은 “서울에 나갈 일이 있을 때 KTX셔틀을 이용하면 편하다. 마을버스처럼 자주 이용한다. 주변에서도 마을 버스처럼 여긴다"고 했다. 이는 코레일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셔틀 승객 중 '광명역까지 KTX를 타고 와서' 혹은 '광명역에 KTX를 타러 가려고' 이용하는 경우는 54%다. 승객 둘 중 하나는 KTX 이용과 무관한 ‘마을버스 손님’인 셈이다.

KTX셔틀버스의 장점과 편리성을 강조하는 홍보 플래카드가 광명역 곳곳에 붙어있다. 함종선 기자

KTX셔틀버스의 장점과 편리성을 강조하는 홍보 플래카드가 광명역 곳곳에 붙어있다. 함종선 기자

KTX 관련 승객 비율이 적은 데는 소요시간도 작용한다. 코레일은 "편도 소요 시간이 15분~20분"이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11일 오전 8시쯤 광명역에서 출발한 셔틀은 강남순환도로 사당 나들목을 빠져나가는 데만도 30분 이상 걸렸다. 버스 기사는 “그나마 끼어들기를 해서 이 정도이지 법규를 지켜가며 운전하면 나들목 나가는 데 1시간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승객 김승희(25)씨는 “KTX 타고 왔는데 '셔틀 때문에 약속 시간에 늦었다' 며 버스 기사에게 항의하는 손님도 봤다”고 말했다. 정시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광명역 전광판에는 10분 간격으로 KTX셔틀버스가 출발한다는 안내문구가 자주 등장했다. 함종선 기자

광명역 전광판에는 10분 간격으로 KTX셔틀버스가 출발한다는 안내문구가 자주 등장했다. 함종선 기자

코레일은 사당~광명역 셔틀 운행을 위해 27억원을 들여 36인승 버스 11대를 구입했다. 또 기사 24명과 관리인력 6명 등 30명을 채용했다. 코레일은 "이 셔틀로 적자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자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지하철 안팎에 대대적으로 하고 있는 셔틀버스 관련 홍보 비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분당선 지하철 서울숲역에 사당~광명역 KTX셔틀버스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다. 함종선 기자

분당선 지하철 서울숲역에 사당~광명역 KTX셔틀버스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다. 함종선 기자

코레일의 지용태 여객신사업단장은 "운행 초기에 비해 이용객이 2배가량 늘었다. 광명역세권에 6000가구 아파트단지가 내년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셔틀버스는 빠른 시간 내에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광명역세권 주민이 이 셔틀을 이용하는 것은 당초 KTX 이용객의 편의를 위한다는 도입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셔틀 운영만으로는 적자가 나겠지만 고객의 편의성 증진과 KTX와의 시너지효과 등을 고려할 때 이점이 훨씬 많다”며 “올 하반기에는 부천 송내역~광명역 간 직통버스를 운행하고 9월에는 광명역~인천공항 간 공항버스도 운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진단은 다르다. 대중교통은 교통이 불편한 곳에 새로 생겨야 하는데 사당~광명 구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사당역에서 4개역 거리인 신용산역, 7개역 거리인 서울역에서 KTX를 이용할 수 있다. 굳이 광명역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가서 KTX를 탈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다. 한국교통연구원 강상욱 대중교통연구센터장은 "버스 이용률, KTX와의 연계비율, 버스의 정시성 등을 고려할 때 도입 취지에 비해 미흡한 면이 적지 않다. 셔틀버스가 효율적으로 운행될 수 있게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철도운영과 주종완 과장은 “소폭이긴 하지만 셔틀 버스 이용객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이용 현황을 지켜볼 예정”이라며 “출퇴근 시간에 차가 막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점은 승객에게 사전에 알리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