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인사수석 예고 … 문,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 한솥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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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초대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으로 조현옥(61·사진) 이화여대 초빙교수를 내정했다. 인사수석에 여성을 발탁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인사수석 직위가 신설된 이후 처음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은 초대 인사수석에 무명의 시민단체 출신인 정찬용씨를 내정했는데 이번 인사도 그만큼 ‘파격적’이란 평가다. 인사수석은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에선 폐지됐다가 박근혜 대통령 후반기에 다시 설치됐다.

조현옥 내정, 유리천장 깨기 파격 첫발 #대선 때 사회통합·성평등 정책 마련 #경험 풍부, 따뜻함·소통능력 중시 #조 “최근 얘기 들어, 검증 남았다”

조 교수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통합대통령’이 되겠다고 하신 만큼 인사(정책)도 그러한 기조로 하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며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 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일을 맡기겠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자신의 내정 사실에 대해선 “정확한 (내정) 이야기를 들은 건 아주 최근”이라며 “선거 운동을 끝내놓고 나서 마지막에 확정 지으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 내정된 것인 만큼 검증 등 절차가 남았다”면서 “우리는 다 참모·스태프이기에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역할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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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여성단체를 방문해 “이 자리에서 특별한 약속을 하겠다”며 “우리 현실상 단숨에 남녀 동수(同數) 내각 실현은 어려울 것으로 보지만 적어도 30% 수준으로 출발해 단계적으로 임기 내 남녀 동수 내각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또 “공공부문이 앞장서서 유리천장을 타파하겠다”고 했다. 여성 인사를 적극 기용하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조 교수는 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모두와 인연이 깊은 실무통이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상임대표를 역임하며 여성·보육·저출산·가족 분야의 정책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이를 토대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청와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자문회의’ 위원을 지냈으며 2006년 5월부터 1년2개월여 인사수석실 균형인사비서관을 맡아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던 문 대통령과 함께 일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내려진 청와대 본관 앞 봉황기(위)가 10일 오전 다시 게양됐다. [전민규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내려진 청와대 본관 앞 봉황기(위)가 10일 오전 다시 게양됐다. [전민규 기자]

이후 2012년 박원순 서울시장 체제에서 여성가족정책 실장으로 활동했다. 조 교수는 서울시의 대표적 복지 브랜드인 공보육 확대를 위한 국공립 어린이집 1000개, 여성 1인 가구 및 안전을 위한 서울여성안심특별시 정책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조 교수는 복지에 필요한 덕목으로 학술적·실무적 능력 외에 따뜻함과 소통을 꼽았다. 그는 “성과 지향적이면서 차가운 성격의 사람 등도 나름대로 쓰임새가 있겠지만 복지 쪽 일을 하는 사람은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조 교수는 지난해 9월엔 박원순 시장의 싱크탱크인 ‘희망새물결’에 집행위원장으로 참여했다. 사회불평등 해소와 사회통합, 지방분권과 시민자치의 발전 활동 등이 주된 목표였다.

이번 대선에선 문 대통령의 정책 마련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조 교수는 문재인 경선후보 캠프에서 사회혁신위원회인 ‘더혁신’ 위원장을, 선대위에선 성평등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박원순계인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조 교수에 대해 “경험이 풍부하고 실무가 탁월할 뿐 아니라 인품도 원만하고 합리적”이라며 “당 관련 활동은 따로 안 했지만 과거 청와대나 선대위 경험을 토대로 대통령의 생각과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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