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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 이상하네 … AI 카메라가 범죄 막는 미래 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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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가까운 미래에는 경찰이 범죄 사건의 용의자를 찾기 위해 CC(폐쇄회로)TV 화면을 일일이 돌려보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 학습(딥러닝)한 똑똑한 카메라가 그간 감지한 적 없는 얼굴이나 흉기 등 수상한 물체를 들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실시간으로 경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전문가·개발자 초청 회의 #2020년엔 전 세계에 10억대 설치 #찍은 사진 스스로 분석, 판단력 키워 #실종자 찾아내고 상점 재고도 파악 #프라이버시 침해 방지가 해결 과제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17’에서는 ‘인공지능(AI) 도시’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과 플랫폼들이 소개됐다. GTC는 그래픽칩(GPU) 제조 기업 엔비디아가 매년 AI·자율주행차 등 첨단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활약하는 개발자와 전문가들을 초청하는 연례행사다. 이 행사에는 엔비디아가 만드는 고성능 그래픽칩과 각종 AI 플랫폼이 탑재되는 세계 각 업체의 첨단 제품들이 소개돼 주목을 받는다.

엔비디아가 GTC 2017에서 선보인 ‘메트로폴리스 플랫폼’은 ‘인공지능(AI) 도시’의 구축을 돕는다. 이 플랫폼은 도로 위 카메라들이 인식한 행인·자동차·반려동물 등에 관한 정보를 스스로 학습한다. 도로 위의 수상한 물체나 차량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감지하면 각종 범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사진 엔비디아]

엔비디아가 GTC 2017에서 선보인 ‘메트로폴리스 플랫폼’은 ‘인공지능(AI) 도시’의 구축을 돕는다. 이 플랫폼은 도로 위 카메라들이 인식한 행인·자동차·반려동물 등에 관한 정보를 스스로 학습한다. 도로 위의 수상한 물체나 차량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감지하면 각종 범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사진 엔비디아]

엔비디아가 GTC 2017에서 선보인 ‘메트로폴리스 지능형 플랫폼’은 안전하고 삶의 질이 높은 ‘AI 도시’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렉 에스테스 엔비디아 개발 담당 부사장은 “AI 도시에서는 압력솥이 폭발했던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와 같은 사건이 발생할 수 없다. 공공장소의 카메라가 수상한 가방을 감지했다면 그 즉시 그런 상황을 경찰에 알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에는 전 세계 대중교통·도로 등 공공장소에 약 10억 대의 카메라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한다. 카메라 10억 대는 1초에 약 300억장, 1시간에 약 100조(兆)장의 이미지를 찍는다. ‘메트로폴리스 플랫폼’은 이처럼 방대한 고화질의 이미지와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분석한다. 사람이 일일이 모니터링하거나 영상을 돌려볼 필요가 없게 된다. 딥러닝이 가능한 카메라들은 행인·강아지·자동차 등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기록할 수도 있다. 도로 위 상황도 스스로 학습해 충돌과 교통사고도 막는다. 이같은 기술은 현재 구글·테슬라·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치열한 기술 전쟁을 벌이고 있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스마트 카메라’가 보편화되면 실종된 어린이나 반려 동물을 찾는 것도 훨씬 용이해진다. 길거리에 걸어다니는 행인의 얼굴을 인식해 신원까지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구글은 인공지능 기술로 유튜브 동영상 속 고양이를 스스로 인식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당시만 하더라도 인공지능이 고양이를 동물의 일종으로 인식한 것은 아니었다. 많은 고양이 사진을 학습해 비슷한 모양의 고양이 사진을 찾은 것이다.

꽉 막힌 주차장에서 빈 공간을 찾아 주차장을 돌 필요도 없다. 자동차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카메라가 차주에게 주차할 구역을 쉽게 제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퍼마켓에서는 손님들의 구매 패턴을 분석하고 재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24시간 무인 마트도 쉽게 운영할 수 있다. 현재 아마존이 미국 시애틀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아마존고’도 이와 비슷한 원리다.

그러나 이같은 기술의 발달은 ‘디지털 판옵티콘(원형 감옥)’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한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는 물론 방대한 양의 정보가 새어 나갔을 때의 피해 규모 역시 막대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빅데이터 전문가 빅토르 마이어 쇤베르거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도 2015년 “데이터 스스로가 발언권을 가지고 질문을 할 수 있는 시대”라며 “정보의 유통기한을 정해 잊기 위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날 GTC 2017에서는 전 세계 가상현실(VR) 시장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각종 신제품들도 소개됐다. 브라질의 스타트업 ‘도그헤드 시뮬레이션’은 VR 회의 솔루션 ‘루미’를 선보였다. 각자 사무실에 앉은 사람들이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회의를 시작하면 마치 같은 공간에 모여서 대화하는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컨퍼런스 콜이나 영상 통화 서비스 스카이프보다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뒷따른다.

‘루미’의 가격은 1인당 월 49달러(약 5만5000원)다. 아마존·텐센트·위워크 등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루미’의 고객이다.

새너제이=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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