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린가스에 마지막 숨 헐떡이는 아이들…참혹한 영상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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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4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 칸셰이칸 주택가에서 발생한 사린가스 추정 화학무기 공격으로 숨져가는 민간인들을 담은 영상을 CNN이 8일 독점 공개했다. [사진 CNN 캡처]

지난달 4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 칸셰이칸 주택가에서 발생한 사린가스 추정 화학무기 공격으로 숨져가는 민간인들을 담은 영상을 CNN이 8일 독점 공개했다. [사진 CNN 캡처]

 작은 꽃잎 같은 아이의 입술이 가쁜 숨으로 헐떡인다. 초점 없는 멍한 눈에는 어떠한 공포나 슬픔도 없다. 아이는 곧 지상에서 짧은 삶을 마감할 것이다. 어떤 죄를 지은 적도, 어떤 천형(天刑)의 질병이 있던 것도 아닌데, 다만 비탄과 오욕의 땅 시리아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CNN, 시리아 칸셰이칸 독가스 참사 실상 공개 #"피해자 고통 불구 결정…전쟁 반대 증인 돼달라"

이 기사에 첨부된 영상과 사진은 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이 독점으로 공개한 것들이다. CNN은 지난달 4일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 주 칸셰이칸 주택가에서 벌어진 화학무기 공격 참사 현장을 포착한 영상을 입수했다. 영상은 약 7분 42초짜리로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여과 없이 담고 있다.

 지난달 4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 칸셰이칸 주택가에서 발생한 사린가스 추정 화학무기 공격으로 숨져가는 민간인들을 담은 영상을 CNN이 8일 독점 공개했다. [사진 CNN 캡처]

지난달 4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 칸셰이칸 주택가에서 발생한 사린가스 추정 화학무기 공격으로 숨져가는 민간인들을 담은 영상을 CNN이 8일 독점 공개했다. [사진 CNN 캡처]

CNN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죽은 어린이들의 끔찍한 이미지가 포함돼 있다”며 시청에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 세계 유력 언론 매체는 시신이 노출되는 등의 선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을 원본 그대로 보도하는 것을 삼가는 편이다.

하지만 CNN 측은 “시리아 내전에서 발생한 전쟁범죄 참상을 체감하고 해결을 촉구하자는 차원”이라고 예외적인 보도의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6년 간 시리아내전을 통틀어서도 이 같은 참혹한 사태는 없었다며 “꼭 봐야 한다. (전쟁에 반대하는) 증인이 돼 달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4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 칸셰이칸 주택가에서 발생한 사린가스 추정 화학무기 공격으로 숨져가는 민간인들을 담은 영상을 CNN이 8일 독점 공개했다. [사진 CNN 캡처]

지난달 4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 칸셰이칸 주택가에서 발생한 사린가스 추정 화학무기 공격으로 숨져가는 민간인들을 담은 영상을 CNN이 8일 독점 공개했다. [사진 CNN 캡처]

영상은 공습으로 마을에서 회색 기둥이 피어오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때는 오전 7시쯤 사람들이 아직 단잠에 빠져 있거나 학교나 일터에 나갈 준비를 할 시간이다. 더러 일찍 일어난 아이들은 웃통을 벗고 아침 햇살 아래 뛰어놀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마을 곳곳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창백한 시체가 널브러져 있다. 입과 코에는 흰 거품이 한가득하다. 병원 이송을 위해 트럭에 실린 아이들은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내뱉으며 헐떡인다. 구조대가 아이들의 목숨을 구하려 옷을 벗기고 물을 뿌리지만 생명의 불꽃은 가늘게 사그러든다.

CNN은 “이번 화학가스 공격으로 숨진 사람들은 여러 면에서 우리와 닮았으며 특별할 게 없는 이들”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가 숨진 이들을 되살릴 수도 악몽을 끝낼 수도, 살아남은 이들의 슬픔을 막을 수도 없지만 최소한 관심을 기울일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화학무기 공격은 군인과 민간인의 구분 없이 무차별 살상을 초래하기 때문에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반인륜 범죄로 규정되고 금기시되고 있다.

 지난달 4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 칸셰이칸 주택가에서 발생한 사린가스 추정 화학무기 공격으로 숨져가는 민간인들을 담은 영상을 CNN이 8일 독점 공개했다. [사진 CNN 캡처]

지난달 4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 칸셰이칸 주택가에서 발생한 사린가스 추정 화학무기 공격으로 숨져가는 민간인들을 담은 영상을 CNN이 8일 독점 공개했다. [사진 CNN 캡처]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번 화학무기 공격으로 어린이 11명을 포함 지역 주민 최소 86명이 사망했고 500여 명에게 영향을 미쳤다. 시리아 정부는 지난 2013년에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반군 장악 지역에서 사린가스 공격에 개입해 최소 1000명이 숨지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유엔 난민기구에 따르면 시리아에서는 내전이 발발한 2011년 이래 최소 630만명이 집을 잃었으며 470만명이 반군 포위 지역 등에 갇혀 연락이 두절됐다. 피란민 또한 500만명이 넘는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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