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다시 주목받는 원자력발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세계 원전 건설 시장의 절반을 거머쥔 웨스팅하우스가 일본 도시바에 넘어가게 됐다. 매각 대금은 예상의 두 배 이상인 자그마치 54억 달러에 이른다. 향후 원전 건설 붐을 미리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흐름만 봐도 분명하다. 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가 자원 민족주의를 노골화하면서 화석연료 가격은 폭등세다. 에너지 수입국인 미국.중국은 그 대안으로 원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원전 건설 러시는 피할 수 없게 돼 있다.

왜 다시 원자력인가.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30년 화석연료 사용량은 지금보다 5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1년 전 발효된 교토기후협약으로 더 이상 무분별하게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어디선가 새로운 에너지가 나와야 한다. 최선책이자 가장 깨끗한 해법은 에너지 절약이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대체 에너지인 바이오 연료와 풍력.태양광 발전은 아직 갈 길이 멀고 값도 비싸다. 현실적으로 원전을 빼고는 대안을 찾기 힘들다.

미국 에너지부는 32년 만에 원전 건설 재개와 함께 핵연료 재처리 방침까지 내놓았다. 고유가에 맞선 초강수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몸살을 앓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원전 건설로 방향을 틀고 있다. 중국도 원전 30기를 짓기로 했다. 지금 원전은 생존 수단이자 새로운 국가전략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울진 6호기 준공으로 현재 20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 전체 전력 중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38%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마침내 장기간 표류하던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도 선정했다. 그러나 원전을 향한 세계의 새로운 조류를 강 건너 불 보듯 해선 안 된다. 우리의 에너지 자급률은 고작 3%에 불과하다. 중동지역 석유에 목을 매는 한 우리 경제는 늘 불안 요소를 떨칠 수 없다.

무엇보다 환경단체들의 원전에 대한 인식부터 고쳐야 한다. 경제성이나 에너지 안보 따위의 거창한 구호를 내세울 생각은 없다. 그러나 환경 유토피아로 꼽히는 스칸디나비아, 그중에서 환경론자 천국이라는 핀란드가 요즘 원전 건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지금 지구촌은 고결한 비판론을 접고 불편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게 대세다. 지구 온난화 문제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원자력 발전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우리 환경단체들도 환경 일방주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소모적인 논쟁에 휩싸여 있는 동안 세계 곳곳에서 원자력 발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