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프랑스 대선 왜 중요한가…프랑스 넘어 유럽과 세계에도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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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결선투표가 실시되는 프랑스 대선은 지구촌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 중 하나로 꼽힌다. 프랑스가 갖고 있는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 때문이다.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멤버, 트럼프ㆍ푸틴ㆍ시진핑ㆍ메이와 동격 #영국 빠지면 EU서 경제규모 2위,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 운명 좌우 #르펜 당선 땐 이후 독일 총선 등서 극우 약진 도미노 우려 #나토 탈퇴와 자유무역에 반대해 전후 질서 흔들릴 가능성도

이번 대선에선 사회당과 공화당, 양대 정당 후보가 처음으로 모두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기득권을 가진 기존 정치권을 외면하는 유권자들의 정서가 재확인된 셈이다. 또 이번 대선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낳은 포퓰리즘이 유럽 대륙까지 상륙할 것인지를 가늠할 잣대가 되기도 한다.

중도신당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는 EU와 이민 정책은 물론이고 경제와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정반대의 공약을 내걸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프랑스호의 향방은 크게 달라진다. 이와 관련 궁금한 점들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3일(현지시간) 프랑스 BMFTV방송에서 토론 중인 대선 후보 마린 르펜(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3일(현지시간) 프랑스 BMFTV방송에서 토론 중인 대선 후보 마린 르펜(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오스트리아 대선과 네덜란드 총선이 이미 치러졌지만 지금처럼 주목받진 않았는데.
“프랑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 중 하나다. 프랑스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6월 총선을 치르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다. 유럽의 맹주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이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 죽도록 싸울 것'이라고 볼테르가 표현한 대로 프랑스는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톨레랑스(관용) 전통을 지녀왔다. 극우 보수파인 르펜이 당선될 경우 국제문제에 열린 자세로 관여해온 프랑스가 과거와는 다른 길을 걸을 가능성이 있다.”

-서방의 한 축인 유럽에 미치는 영향은.
“영국이 EU를 떠나면 프랑스는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경제 규모가 큰 나라가 된다. 독일ㆍ이탈리아와 함께 EU의 중추다. 마크롱은 유럽 강화를 내세웠다. 그러나 르펜은 유로존에서 탈퇴하고 국경의 자유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조약 탈퇴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프렉시트'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셍곈조약에 미가입하고 파운드화를 써온 영국의 이탈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프랑스 대통령의 생각이 향후 EU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다.”

-지난 3월 네덜란드 총선 때도 극우 후보가 출마했는데.
“미국에선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포퓰리즘 물결이 일었지만 유럽에선 극우 정당의 역사가 훨씬 길다. 더욱이 르펜의 아버지인 장 마리 르펜이 2002년 대선 때 결선에 진출하는 등 프랑스는 극우 정당의 세가 가장 강한 나라다.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저지되긴 했지만 프랑스에서 르펜이 집권할 경우 9월 독일 총선과 향후 이탈리아 선거에까지 극우가 약진하는 도미노 현상이 나올 수 있다.”

-유럽에서 몸살을 앓는 이민과 테러도 대선 결과에 영향 받나.
“프랑스 우선주의가 르펜의 선거운동 핵심 의제였다. 르펜은 이민자 수를 연간 1만명까지 80%가량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외국인을 고용하면 회사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고 프랑스 시민권을 따는 것도 어렵게 만들겠다고 했다. 선거 막판엔 이민을 전면 중단하겠다고까지 했다. 반면 마크롱은 난민을 수용한 메르켈 독일 총리의 노력이 ‘우리의 집단적 위엄을 구했다’고 옹호했다. 보호가 필요한 난민은 수용하되 그렇지 않은 경우 고향으로 돌아가게 하겠다고 밝혀 차이가 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르펜은 세계화에 부정적이다. 자유무역을 지키려는 마크롱과는 다르다. 트럼프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를 거론한 것처럼 국가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르펜이 당선되면 이런 경향이 확산할 수 있다. 르펜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서도 탈퇴하겠다고 밝혀 나토 무용론을 내세웠던 트럼프와 맞물려 전후 질서를 통째로 흔들어놓을 수도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원만한 관계를 원하고 있어 서방의 동맹 구도가 변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은 르펜의 당선 땐 불확실성이 증가해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보고서를 냈다.”

파리=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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