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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먼데일 전 부통령의 '차기 대통령을 위한 나의 11가지 제언'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42대 부통령인 월터 프레드릭 먼데일(1928~)은 1981년 재선에 실패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부통령이었다.
그는 백악관에 자신의 사무실을 둔 미국 최초의 부통령이었다. 덕분에 임기 4년동안 매일, 매시간 가까운 거리에서 아무런 제한없이 대통령을 관찰하고 보좌했다.

먼데일 부통령은 그의 표현대로 1977년 ‘커다란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고 온 조지아주 플레인스시의 기적의 사나이’(카터 전 대통령)가 1981년 ‘자신감과 낙관론은 온데 간데 없고 10년은 더 늙어 보이며, 사기를 잃고 초조해하며 패배감 속에 백악관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런 그는 후임 대통령들의 성공과 미국의 영광을 기원하며 ‘차기 대통령을 위한 나의 제언’이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나라는 다르고 세월은 수십년이 흘렀지만 5월 9일 19대 대통령의 탄생을 앞두고 여전히 유효한 먼데일 전 부통령의 11가지 제언에 귀기울여 봤다.

1. 대통령으로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취임 전에 이뤄진다. 바로 ‘내각과 비서진으로 누구를 선택하는가’다. 결정이 잘못되면 대통령의 실패는 취임전에 확정될 수 있다. 최선의 선택을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만약 첫 선택이 잘못됐다면 이것은 망가진 철로바퀴와 같이 날이 갈수록 더 큰 피해를 가져올 것이다. 중요한 직위에 사람을 잘못 골랐다면 기다리지 말고 해임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즉시 대체하라.

2. 대통령은 슈퍼맨이 아니다. 하루 18시간 일하면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균형있는 판단을 유지하지 못 한다. 미국을 혼자 움직일 생각은 하지 마라. 그렇게 하려고 하면 앞과 뒤를 가리는 판단력을 잃고, 큰 그림을 상실하며, 세부사항에 함몰돼 버린다. 카터 대통령이 그런 과오를 범했고 균형있는 대통령은 레이건 대통령이었다.

3. 대통령은 남을 지휘하기 위해 충분히 알아야 한다. 어려운 문제가 아니면 대통령의 책상에 오를 이유가 없다. 대통령이 문제를 알지 않고는 옳은 선택을 할 수 없다. 문제를 충분히 이해함으로써 문제를 발전시키고 우선순위를 올바르게 유지할 수 있다.

4. 대통령을 둘러싼 장관들과 비서진들의 유치한 성품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머리가 좋고 학식이 많다고 해서 성숙한 사람이 아니다. 큰 능력을 가졌다는 사람들이 그의 권위나 지위에 도전받았을 때 초등학교 2학년 수준으로 내려가서 싸우는 것을 수없이 봤다. 부서간의 분쟁은 온 행정부가 말려들고 언젠가 언론을 통해 밖으로 노출될 것이다.

5. 국법을 준수한다는 선서를 절대로 잊어버리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국정을 운영하다보면 제도권 밖의 ‘사적인 정부’를 활용했으면 하는 유혹을 받게 될 것이다. 만약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무슨 일을 하려다 여론의 반격을 받으면 그 아픔은 대단할 것이다. 그 와중에 무언가 은폐하다가 발각되면 모든 일이 끝장날 것이다. 만약 법 테두리 밖에서 일을 하고 싶은 충동을 받게 되면 차라리 낚시를 가거나 친한 친구를 만나라. 가까운 친구들과 편안히 지내는 것은 밤잠을 잘 자는 것보다 더 큰 휴식이 된다.

6. 기회가 오면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좋겠지만 늘 행운이 따르지는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런 사태를 맞이했을 때 절대 자신을 불필요하게 고문하지 마라. 카터 대통령은 이란 인질사건과 중동 원유가격 폭등 당시 지나친 죄책감을 가졌다. 결국 부담에 눌려있고 자신감을 상실하는 모습이 모두에게 노출되었다.

7. 무엇보다 미국 국민을 신뢰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대통령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국민이 동의하지 않으면 국민이 나쁜 것이 아니고 당신의 방향이 잘못됐거나 설명이 부족한 것이다. 만약 어느 정치인이라도 국민이 정부만큼 수준 높지 않다고 말한다면 그들은 큰 오류에 빠질 것이다.

8. 국회가 대통령의 지위를 짓밟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대통령의 항복을 요구하면서 대통령이 항복하면 취약한 대통령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법안 거부권, 공직 임명권, 무엇보다 국민에게 직접 나갈 수 있는 위치 등 모든 방법을 사용하라.

9. 절대로 백악관 속에 고립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마차 밖을 사람들로 막아서는 안 된다. 당신은 국민과 연결돼 있어야 한다. 백악관 속에 고립되면 형편없는 추종자들만 대통령을 보게 된다. 대통령은 친구도 만나고 야당 국회의원도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당신의 비판가들이 당신의 지지자처럼 들릴 때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경고다. 그럴 때는 신문을 보고 TV를 보면서 아첨꾼을 멀리 하라. 당신은 신이 아니며, 백악관을 잠시 점유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인들은 성장하거나 바람이 들어 팽창하거나 둘 중 하나다. 후자가 되지 않으려면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10. 언론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을 것을 기대하지도 말 것이며, 그렇다고 언론에 대해 겁에 질려서도 안 된다. 언론은 대통령과 정부를 질문하고 비판하는 게 일이다. 언론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어떤 질문도 나쁜 질문은 없다. 오직 나쁜 답변만이 있을 뿐이다. 기자회견을 자주 하라. 언론에 노출하라. 숨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모든 일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11. 항상 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패배보다 더 나쁜 것이 있는데 그것은 건강을 잃고 자신감을 잃고 존엄성과 높은 수준의 감각을 잃는 것이다. 참으로 우스운 것은 대통령이 어떤 위기국면에 빠져나오기 위해 상식 밖의 방법으로 자기 구원을 하려다가 실수하는 것이다.

먼데일 부통령은 자신의 제언에 노벨문학상 수상 소설가인 존 스타인벡의 말을 인용하면서 국민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묘사했다. 5월 9일 새롭게 탄생하는 대한민국 19대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 대통령에게 한 사람이 도저히 할 수 없는 많은 양의 일을 주고, 한 사람이 짊어지기 어려운 큰 책임을 짊어지게 하며,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압박감 속에 대통령직을 유지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대통령을 너무나 자주 헐뜯으면서 좀처럼 칭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미국민은 대통령을 정당에 관계없이 사랑하고 있다. 대통령은 우리의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부셔버리는 권한까지도 행사하고 있다.”

차세현ㆍ유지혜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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