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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딸 유세 중 추행, 지적장애 30대 “장난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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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유승민 후보의 딸 유담(22.대학생)씨 [프리랜서 공정식]

유승민 후보의 딸 유담(22.대학생)씨 [프리랜서 공정식]

이씨는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지원 유세 중이던 유담씨와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린 뒤 자신의 차례가 되자 곧바로 유씨의 어깨를 팔로 감싸안은 채 얼굴을 향해 혀를 길게 내밀었다. 사진 촬영을 해 주던 바른정당 관계자가 손을 흔들며 말렸고, 이씨는 얼굴을 돌려 정면을 바라본 뒤 기념사진 촬영을 마쳤다.

유담씨와 기념사진 찍으며 #어깨 팔 두르고 얼굴 향해 혀 내밀어 #SNS에 사진 퍼지며 논란 확산 #가해자 경찰 조사 뒤 정신병원 입원

이 장면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은 곧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에 퍼졌다. 이 사진이 우파 성향의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에 게재됐다가 삭제된 뒤 이씨가 이 사이트 회원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범인의 이름, 번호, 나이, 거주지, 일베 사용자라는 사실까지 모두 확인되었습니다. 자수하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다. 하 의원 측은 “이씨의 신원을 알고 있는 제보자로부터 이씨가 일베 사용자라는 제보를 받아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게시글에서 ‘일베 회원임을 확인했다’는 문구는 삭제된 상태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혀를 내민 것은 장난이었다. 나는 일베 회원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진을 찍기 전에 당 관계자에게 제지당했고, 자신의 휴대전화엔 문제의 장면이 찍힌 사진이 없었다.

김정열 마포서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장은 “일베에 처음 사진을 올린 사용자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해당 사진을 찍어 처음 유포한 사람과 이씨와 범행을 공모한 사람이 있는지 추적할 것이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현재 가출한 상태이며 정상적인 정신상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의 부모는 참고인 조사에서 “이씨가 과거 정신지체 3급 판정을 받았다”며 장애인등록증 사진을 경찰에 제시했다. 경찰 조사를 마친 이씨는 5일 오후 1시쯤 부모 동의하에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유 후보는 이날 딸을 둘러싼 성추행 논란에 대해 “아빠로서 굉장히 미안했고 가슴 아팠다. 오늘은 딸에게 다니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 국민의 절반이 여성인데 제 딸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에 대해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엄정하게 처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씨의 행위가 공분을 산 것과는 별개로 강제추행인지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형법은 강제추행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성적 수치감, 혐오감을 주는 행위)을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어깨를 감싸쥔 채 혀를 내민 것이 강제추행이란 입장이다. 김한규 전 서울변협 회장은 “아버지의 선거 유세 중 함께 사진을 찍자고 다가오는 사람을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 자체에 강제력이 있었다. 이씨의 행동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용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는 “도망가지 못하게 붙잡는 등의 행위가 강제력이다. 그런 강제력이 있었던 게 아니고 사진 촬영에 유씨가 응한 측면도 있어서 그저 튀어 보이려고 한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김나한·송승환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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