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사드 꼼수' 딱 걸렸네, 부식 싣는 차에 기름 싣고 성주 사드기지 가다 들통

중앙일보

입력

4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주민 등에게 길을 막힌 군 부식수송차량 화물칸에 유류 드럼통이 실려 있다. [사진 소성리 종합상황실]

4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주민 등에게 길을 막힌 군 부식수송차량 화물칸에 유류 드럼통이 실려 있다. [사진 소성리 종합상황실]

군 당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배치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사드기지에서 사용할 유류를 부식차로 위장한 차량에 싣고 반입하려다가 주민들에게 제지당했다. 지금까지 주민들은 부식차 통행은 허용해 왔다.

'부식수송차량' 적힌 냉동탑차에 드럼통 14개 #마을 회관 뒤로 돌아가려다 주민들이 제지해 #반대 주민들 "선의에 기만으로 답했다" 항의

사드저지평화회의에 따르면 4일 오후 3시쯤 성주사드기지에서 2㎞가량 떨어진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군 부식수송차량'이라고 적힌 흰색 냉동탑차 1대가 성주사드기지로 진입하려 했다. 성주사드기지를 드나드는 차량을 감시하고 있는 주민들이 부식차 내부를 확인하니 안에는 부식이 아닌 경유와 휘발유 드럼통(200L 들이) 14통이 실려 있었다. 드럼통 외에도 기름 흡착매트(11㎏) 두 박스도 있었다.

이에 앞서 오후 2시40분쯤에는 다른 트럭이 쌀과 부식 등을 싣고 소성리 마을회관 앞을 통과했었다. 주민들이 짐칸에 실린 내용물을 확인하고 진입을 허용했다. 하지만 오후 2시50분쯤 문제의 부식차량이 마을회관 뒤로 돌아 들어가려다 주민들에게 적발됐다. 수상한 낌새를 챈 주민들이 탑차 안을 확인하니 기름이 들어 있었다.

부식차를 이용해 기름을 반입하려던 시도가 확인된 후 주민들은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를 막고 시위에 들어갔다. 주민들은 '기름밥 먹을 만 합니까' '부식차량에 기름 몰래 반입'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4일 오후 군 당국이 부식수숭차량에 기름을 싣고 반입하려다 적발된 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주민들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소성리 종합상황실]

4일 오후 군 당국이 부식수숭차량에 기름을 싣고 반입하려다 적발된 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주민들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소성리 종합상황실]

사드저지평화회의는 보도자료를 내고 "소성리 주민과 종교인, 평화지킴이들은 그동안 '평화구역 소성리에는 사드 배치 관련 어떤 장비도 출입 금지'라며 사드 배치 관련 장비와 공사차량, 유류차량 등의 출입을 막았다. 그러나 인도적인 차원에서 군 부식차량과 앰뷸런스 등의 출입은 단 한 번도 막은 적이 없다. 그러나 군과 경찰은 주민들의 선의를 기만으로 답했다"고 지적했다.

사드저지평화화의는 "특히 오늘(4일) 부식차량에는 '위험물' 표시가 없었다"면서 "이는 명백한 불법이며 이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은 군도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위험물 표시도 없이 부식차량으로 기름을 운송하다가 만약 불이라도 붙었으면 많은 사람이 다치고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정말 심각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성주사드기지 안에 있는 한국군이 사용할 유류다. 주한미군의 사드 운용에 쓰이는 기름은 헬기로 수송되고 있다"며 "유조차를 이용하면 주민들에게 막히기 때문에 부식차를 이용했다"고 해명했다.
 성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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