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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청와대 경호 담당 경찰101단-행자부 비공개 대책회의 열었던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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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지난 2일 실시된 마지막 TV 토론 끝부분에서 “광화문에 대통령 집무실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이후 각종 여론 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는 후보의 약속인 만큼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시대’가 열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있다.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정부청사 이전은 문 후보의 주요 10대 공약 가운데 제2순위 공약 ‘국민이 주인인 국가’의 첫 번째 항목이다.

유력 대선 주자 문재인 후보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시대' 공약 #광화문에 19층 높이로 솟은 서울청사본관이 가장 유력 #관계자 "5개 층만 사용해도 경호 때문에 19개층 모두 비워야" #외부공격 대비 미흡하고 청와대 '지하벙커'같은 시설도 없어 #행자부 비롯한 일부 부서 내보내고 테러대비 시설 등 갖춰야 #문 후보 '올해 계획수립, 내년 예산확보, 2019년 이전 완료' #경호ㆍ교통통제 등 현실적 어려움도 만만치 않을 듯 #일각선 "집무실 전면적 이전보다 수석회의 개최 등 부분 실행도 방법" #

 광화문 시대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서울청사를 관리하는 행정자치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아직 대선이 끝나지 않았지만 이번에 치르는 조기 대선은 약 2개월의 인수위 과정이 없어 당선과 동시에 취임해야 한다. 때문에 청사관리 주무부처 입장에서는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4일 "광화문에 있는 정부서울청사를 관리하는 행자부 관계자와 청와대 경비를 담당하는 경찰 101 경비단 관계자 등이 최근 모여  ‘대통령 광화문 집무실’ 관련 대책회의를 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서울청사를 집무실로 사용할 경우 최소 5개 층이 필요한데,  대통령 경호 등을 위해 5개 층만 사용할 수는 없고 다른 층도 사실상 모두 비워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이 관계자가 덧붙였다. 그는 “광화문에 대통령 집무실을 따로 만드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고 토로했다.

 광화문 정부청사에 대통령이 집무실이 들어서려면 외부 공격이나 테러에 대비한 시설을 갖춰야 한다. 청와대의 지하벙커(위기관리상황실)처럼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비상시 지휘할 수 있는 시설도 있어야 한다.  현재 청와대 지하벙커는 260㎡(약 80평) 규모로 최첨단 통신ㆍ영상 시설을 갖추고 핵무기 공격에도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 경호 문제 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서고 일부 부처가 청사에 남을 경우 출퇴근하는 공무원이나 민원인이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때문에 광화문 집무실로 가장 쉽게 생각해 볼수 있는 건물이 정부서울청사 본관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209)이다. 철골철근 콘크리트구조로 지하 3층~19층에 연면적 7만8448㎥다. 하지만 이 건물은 지상 82.8m 높이에 사방이 트여 있어  외부 공격이나 테러에 취약하다. 물론 청와대 지하벙커 같은 시설도 없다.

정부서울청사 본관과 별관(왼쪽).정부서울청사본관은 지하3층 지상 19층으로 행정자치부ㆍ통일부ㆍ금융위원회 등이 입주해 있다. 별관은 외교부 청사로 쓰인다. [중앙포토]

정부서울청사 본관과 별관(왼쪽).정부서울청사본관은 지하3층 지상 19층으로 행정자치부ㆍ통일부ㆍ금융위원회 등이 입주해 있다. 별관은 외교부 청사로 쓰인다. [중앙포토]

일부에선 사방이 트인 채 우뚝 솟은 서울청사본관 대신에 바로 옆에 있는 정부서울청사 별관(18층ㆍ서울 종로구 사직로 8길 60)이나 창성동 별관(5층ㆍ서울 종로구 효자로 39)이 대통령 집무실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
서울청사별관은 외교부청사로 사용되고 있고, 창성동 별관에는 서울청사어린이집과 통일준비위원회 등이 입주해 있다.  하지만, 이들 건물도 외부공격 등에 취약한 것은 비슷하고 ‘광화문 시대’의 대표성을 고려할 때 정부서울청사 본관이 낫다는 시각이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제19대 대선 공식선거기간 첫날인 지난달 1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유세하고 있다. 문 후보는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공약했다. [중앙포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제19대 대선 공식선거기간 첫날인 지난달 1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유세하고 있다. 문 후보는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공약했다. [중앙포토]

정부서울청사 본관을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하려면 기존 입주 부처의 이전과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청사본관에는 행정자치부ㆍ통일부ㆍ여성가족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등이 입주해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설 경우 일부 부서가 다른 곳으로 이사 가야 한다.  주요 대선 후보들이 모두 행자부 등 서울에 있는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공약한 만큼, 세종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사간 후에는 대통령 집무실을 위한 기본적인 리모델링과 함께 외부 공격이나 테러 대비해 방탄유리 등을 설치하고 지하벙커 같은 시설도 만들어야 한다.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서울청사어린이집과 통일준비위원회 등이 입주해 있다. [중앙포토]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서울청사어린이집과 통일준비위원회 등이 입주해 있다. [중앙포토]

 기존의 여론조사 대로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광화문 집무실 시대는 진짜 열릴 수 있을까. 대선은 끝나야 결과를 알수 있는법.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입주라는 파격적인 공약이라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가정에 가정을 더해 예측해보자.
현재로서는 2년 후쯤인 2019년 상반기를 점쳐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후보는 대선 공약 세부항목에서 광화문 집무실에 대해 ‘2017년에 이전 계획을 수립하고, 2018년 예산에 반영해 2019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완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당장은 어렵지만 2년 후쯤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귀띰했다. 물론 문 후보가 대통령 당선 후 ‘광화문 시대’를 최우선 과제로 정해 이전을 서두를 경우 집무실 이전이 2019년 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광화문 집무실이 경호ㆍ교통통제ㆍ주변 통신 제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전면적 이전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국민과의 소통 강화라는 측면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다만 전면적 이전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은 만큼 청와대를 그대로 두고 수석비서관회의를 광화문 청사에서 하는 등 절충안이 나올 수도 있다” 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은 미국 백악관에 비해 소통에 부적절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광화문 집무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 비서동 건물에도 대통령의 집무 공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소통이 중요하다면 비서동을 고쳐 활용하는 현실적 방안도 검토해 볼만하다"고 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초래되면서 청와대의 풍수적 문제와 소통 공간 활용을 놓고 갑론을박 논란은 대선 이후에도 계속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공무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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