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이젠 그 누구에게도 소방관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 “이젠 그 누구에게도 소방관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34년 경력의 소방관입니다
절반이 넘는 인생을
불 끄고 사람을 구하는 데 바쳤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에도
현장을 누볐습니다
어쩌면 당신의 목숨도 구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던 어느날 병원에서 들은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앞으로 1년밖에 못 산다”는
의사의 말이었습니다

다발성 골수종이었습니다
뼈에 암이 생기는 병인데
온 몸이 부서질 듯 아픕니다

“장기간 소방근무를 하며 마신
유독가스가 직접적인 원인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의사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공상 신청을 했습니다
공무를 수행하다 병에 걸렸으니
나라에서 보상해 줄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은
‘불승인’이라는 통지서만 보내왔습니다
발병원인이 명확치 않다더군요

술·담배도 안 하는데
대체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일을 겪는 소방관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암치료 후유증으로
얼굴 뼈 조직이 죽어가는 소방관도 있고
치료비 부담에 자살까지
생각했던 소방관도 있습니다

이렇게 아픈 소방관들 중 공상을
인정받은 건 딱 한 명 뿐입니다
그것도 힘든 소송 끝에 겨우 얻어낸 결과죠

미국은 소방관으로 몇 년 근무하다가
유해물질로 병에 걸리면
공상을 인정해 줍니다

소방관이 직접 증명하라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입니다

소방관은 가장 존경받는 직업이지만
가장 대접받지 못하는 직업입니다

위험한데도 월급은 일반 공무원과 같고
사람의 훼손된 시신, 동료의 죽음과 늘 마주합니다

몸을 다치거나 죽는 일도 잦고
마음을 다치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사람을 구하는 직업이란
자부심에 살았던 그가 말합니다

”이젠 그 누구에게도 소방관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구성: 김민표 인턴 kim.minpyo@joongang.co.kr
디자인: 배석영 인턴 bae.seoky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