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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막판까지 실망 안겨준 대선 TV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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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선후보 TV토론이 2일 마지막으로 열렸다. 의료·출산·교육·환경 등 민생 밀착형 분야들이 주제였다. 그런 만큼 마지막 토론만큼은 진흙탕 네거티브 공방을 떠나 콘텐트 중심의 논쟁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다. 후보들도 여론을 의식했는지 학제개편이나 증세논란, 미세먼지 등을 놓고 왜 자신의 공약이 옳고 상대방 정책이 잘못됐는지를 따지면서 열띤 논쟁을 벌였다. 그런 점에선 일단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난처한 질문을 받으면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거나 상대방 헐뜯기로 피해가는 구태는 어김없이 재연됐다. 사드나 4대강 사업 같은 주제와 관계없는 이슈들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낯뜨거운 말싸움도 여전했다. 홍준표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대통령 되면 보수를 불태우겠다고 했는데 그럼 나는 화형 당하겠네”라고 비꼬았고, "이해찬 의원이 상왕이죠”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돌발 선거라 후보의 됨됨이를 판정할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짧았다. 그래선지 대선을 1주일 앞둔 상황에서도 찍을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사람이 20%를 넘는다. 이런 부동층의 표심 향배를 결정할 핵심 창구가 TV토론이었다. 그런 만큼 후보들은 역대 어느 대선보다도 뚜렷한 비전과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시원하게 보여주어야 했다. 마침 토론의 형식도 사전각본 없는 스탠딩 논쟁 방식으로 개선돼 역동성과 긴박감이 커졌다.

그럼에도 2일 토론을 끝으로 모두 5차례 진행된 TV토론은 후보들의 자질과 콘텐트를 궁금해하는 국민들의 갈증을 충족시켜주기엔 크게 모자랐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정책은 실종되고 네거티브가 난무했으며 미래를 얘기하는 대신 상대방 과거사 흠집내기에 열을 올렸다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요즘 국민들은 무엇이 네거티브인지, 누가 색깔론이나 거짓말로 토론의 초점을 흐리는지 감별할 능력이 충분하다. 이제 토론은 끝났고 유권자의 심판만 남았다. 남은 선거기간 중에나마 후보들이 네거티브 대신 위기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를 놓고 정책으로 승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