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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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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노동자들의 권익을 중시하는 생각이 좌파 사상인 것은 맞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권익을 중시하고 자본가의 이익 추구 제한을 주장한다고 해서 공산주의자, 이른바 ‘빨갱이’는 아니다. 더구나 사상의 자유는 엄연히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적 경험에서 볼 때 근대화 과정에서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한 움직임을 북한, 곧 적을 이롭게 하는 이적(利敵) 행위로 규정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한 사례가 있다. 제도의 비민주성을 개혁하라는 시민들의 요구 역시 같은 취급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정당한 정치적 행위나 시민적 요구를 북한이나 사회주의적 사상에 연관 짓는 태도를 색깔론이라고 한다. 색깔론은 좌우의 이념 대결에 따른 분단과 전쟁이 남긴 역사적 트라우마라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