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동성애 반대" 발언에 누리꾼들이 20년 전 기사 다시 보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25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동성애 반대" 발언에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20년 전 대선 후보들의 발언을 담은 기사가 온라인 커뮤니티,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 다시 확산하고 있다.

누리꾼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당시 후보들의 발언은 1997년 11월 김대중, 이회창, 이인제, 권영길 당시 제15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인터뷰를 담은 한겨레신문의 기사에 담겨 있다.

질문: 동성애자들의 생각이나 삶을 다룬 책, 영화, 연극을 본 적이 있는지? 그들의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회창: 본 적은 없다. 동성애자들의 사생활도 인정받고 인권도 보장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이 가는 점도 있다. 그러나 동성애가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것으로 비치지 않는 현실에서 이들의 사회운동화를 선뜻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김대중: 특별히 접할 기회가 없었다. 나는 동성애에 동의하지 않지만, 동성애도 이성애와 같이 인간에 대한 애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이단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동성애자 활동 역시 인권보장의 한 부분으로 접근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인제: 동성애는 아주 미묘한 문제다. 사회에 저항하고 자신의 성아이덴티티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자연의 섭리를 바탕으로 인간다운 삶이 과연 어떤 형태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영화 ‘필라델피아’에 나타난 것처럼 동성애자를 하나의 신성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다.

권영길: 영화 ‘필라델피아’를 보았다. 나는 한국 사회가 동성애 운동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사회적 여건을 갖추었고, 당국 역시 이러한 사회 조류에 발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시 이회창 후보는 "사회운동화를 선뜻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인권도 보장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이 가는 점도 있다"라고 표현했다.

김대중 후보는 "동성애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면서도 "동성애자 활동 역시 인권보장의 한 부분으로 접근하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인제, 권영길 후보는 1994년 국내 개봉한 동성애자의 인권을 다룬 영화 '필라델피아'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영화감독 이송희일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무려 20년 전 대선 풍경"이라며 "후보들 중 그 누구도 '나는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송희일 감독은 "20년이 지난 지금 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87년 체제와 김대중-노무현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한, '무려' 촛불시위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천명한 후보는 그렇게 단호하게 동성애 반대를 공중파에서 단언한 것일까"라고 밝히기도 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