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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이 성인사이트에?'...IP카메라 해킹 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IP카메라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IP카메라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IP카메라를 통해 이용자의 사생활 영상이 중국 성인사이트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6일 국내 성인사이트에서도 중국에서 넘어온 것으로 보이는 IP카메라 영상이 떠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영상 중에는 국내 IP카메라 사용자의 것으로 보이는 영상도 일부 포함돼 있다.

해당 파일에는 십 수개의 영상이 한 묶음으로 돼 있다. 'IP카메라 해킹' 등 제목으로 성인사이트 사용자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화면에는 중국 성인사이트를 광고하기 위한 중국어 문구와 날짜들이 적혀 있고, 대화 내용이나 영상에 등장하는 방 내부 집기들에 중국어가 쓰여 있어 중국 IP카메라 이용자의 영상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중에는 한국 이용자의 것으로 보이는 영상도 다수 포함돼 있다. 집 안에서 속옷 차림이나 나체로 활동하는 여성들의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심지어 성관계 장면이 IP카메라 영상에 담기기도 했다. 국내 성인사이트 이용자들은 IP카메라 영상을 마치 음란물을 대하듯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영상이 유출된 경위에 대해 전문가들은 두 가지 가능성을 가론한다. 하나는 IP카메라 자체가 해킹 등 공격으로 뚫린 경우고, 다른 하나는 IP카메라의 영상을 저장하는 클라우드 서버의 계정이 털린 경우다. 이번 영상 유출로 보안 업계에서는 IP카메라와 같은 제품의 보안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안 전문업체 펜타시큐리티 관계자는 "IP카메라는 주로 무선으로 가정의 공유기에 연결되고, 공유기를 통해 IP주소를 할당받게 된다"라며 "IP주소가 달리는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접근 가능하다고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조회사 측에서는 네트워크 보안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IP카메라 사용자 처지에서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IP카메라를 마치 자신만의 폐쇄회로(CC)TV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보안에 신경 써야 하는 인터넷 카메라로 생각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광고 등을 통해 외부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애완견을 돌보거나 '나만의 CCTV'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문구가 사용자의 관리 부실을 부른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IP카메라 대부분은 특별한 보안 기능이 없고, 아주 기초적인 ID와 비밀번호마저 최초 설치한 상태 그대로 두는 사용자도 많다"라며 "IP카메라를 보안업체나 경찰이 달아둔 CCTV처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보안책인 비밀번호라도 설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IP카메라 관련 사업을 벌이는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IP카메라 해킹 등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슈는 없었다"라면서도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다른 이에게 정보를 노출해서는 안 된다"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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