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4차 산업혁명 기대감 타고 6000 새 고지 점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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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나스닥이 처음으로 지수 6000 고지에 올라섰다.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3월 5000을 기록한 뒤 17년 만에 새 고지를 점령했다. 유럽과 아시아 증시도 동반 상승했다.

프랑스 대선, 트럼프 감세 등 주변 환경 우호적 #애플·페이스북 등 IT 기업, 올 들어 20%대 상승

25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는 전날 대비 41.67포인트(0.70%) 오른 6025.49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애플·아마존 등 기술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신규 사업 추진 기대감이 지수를 끌어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및 규제 완화 움직임도 호재였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1차 투표에서 승리를 거둔 점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줬다.

나스닥뿐만 아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역시 1%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영국 FTSE100, 독일 DAX30, 프랑스 CAC40 등 유럽 증시도 1% 안팎의 오름세였다. 닛케이225지수 1.1%, 상하이지수 0.2% 등 26일 아시아 주요 증시도 대부분 상승했다.

특히 나스닥은 4차 산업혁명의 기대감을 반영하듯 글로벌 증시 가운데 상승세가 가장 눈에 띈다. 올해 들어서만 12% 올랐다. 애플과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나스닥 대장주인 애플 주가는 올 들어 25% 상승했다. 페이스북은 27.5%, 넷플릭스 23%, 아마존 21%, 구글 12.1% 올랐다. 애플은 지난해 매출 2156억 달러, 영업이익 600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실적도 좋다. 바이오젠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하는 등 바이오테크놀로지(BT) 기업들의 뜻밖의 선전도 나스닥의 최고치 경신에 힘을 보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 등 IT 기업의 주가는 비싸지만, 이미 전 세계를 배후 시장으로 두고 있고 사용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거대 기술기업들이 (주가가 떨어지는) 중력의 법칙을 무시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쇼어링 정책으로 이들 기업이 해외에 쌓아둔 천문학적인 현금을 미국으로 들여올 수 있다는 점도 지수 상승에 기여했다. 해외 현금을 들여올 경우 배당 확대 정책을 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세율이 높은 탓에 애플 같은 기업이 이익의 본국 송환을 꺼렸다”며 “세율을 낮추거나 규제를 풀어줄 경우 자사주 매입 및 배당 등 주주 친화적 정책을 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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