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김정은, 가슴에 '김일성 배지' 왜 빼먹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25일 열린 북한군 화력시범에 '김일성 배지'를 달지 않은채 나온 모습이 포착됐다.
26일자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하루 전 강원도 원산에서 열린 북한군 창건 85주년 기념 '군종합동 타격시위'에 참석한 소식을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실었다.

25일 화력시범 사열 등에 배지 없이 등장 #'초상휘장'이라 불리며 누구나 꼭 달아야 #"홀로 서기 가능" 메시지 담겼다는 해석

그런데 여기에 등장한 인민복 차림의 김정은은 김일성 배지를 달지 않은 모습이었다. 군 고위간부들과 관측소에서 화력시범을 지켜볼 때는 물론 원산공항 활주로에서 줄지어 늘어선 병력을 사열하는 공식행사 때도 김일성 배지는 없었다.

25일 북한군 창건 85주년을 맞아 강원도 원산에서 열린 군 합동타격시위에서 사열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김일성 배지를 달아야할 위치(붉은 원)에 아무 것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

25일 북한군 창건 85주년을 맞아 강원도 원산에서 열린 군 합동타격시위에서 사열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김일성 배지를 달아야할 위치(붉은 원)에 아무 것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

김정은은 앞서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김일성 105회 생일 기념 군사퍼레이드에도 김일성 배지를 달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출생일에 맞춘 행사에 정작 그를 추앙하는 의미의 상징물을 착용하지 않은 것이다. 북한에서 '초상 휘장'으로 불리는 김일성·김정일 배지는 신성시되며 철저히 관리된다.

김정은이 25일 강원도 원산에서 열린 북한군 창건 85주년 합동타격시위에서 사열하고 있는 장면을 담은 26일자 노동신문 1면.[노동신문]

김정은이 25일 강원도 원산에서 열린 북한군 창건 85주년 합동타격시위에서 사열하고 있는 장면을 담은 26일자 노동신문 1면.[노동신문]

집권 6년차에 접어든 김정은이 최근들어 잇달아 김일성 배지를 달지않은 걸 두고 건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음을 드러내려는 것"이라 해석이 나온다. 고위 탈북인사는 "북한에서 공식 자리에서 김일성 배지를 달지않는 경우는 없으며 허용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작업복 등을 착용했을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일성 출생 105 맞이 군사퍼레이드가 열린 지난 15일 행사장에 나타난 김정은.양복 차림이지만 왼쪽 가슴에 김일성 배지가 없다.[조선중앙TV 화면캡처]

김일성 출생 105 맞이 군사퍼레이드가 열린 지난 15일 행사장에 나타난 김정은.양복 차림이지만 왼쪽 가슴에 김일성 배지가 없다.[조선중앙TV 화면캡처]

이 인사는 "김정은이 '이제 할아버지 김일성의 후광없이 스스로 설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 배지를 달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조심스레 분석했다. 또 "배지를 달지 않아도 되는 존재는 북한인구 2500만 명 중 나 한사람이란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