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풍조의 만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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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히로뽕등 마약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가 통념상 알고 있던 마약 사용자의 범위는 유흥가나 일부 연예인들에 국한돼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 숙박업소나 오락실·공단지역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주택가와 농촌지역까지 파고 들어 전 사회 구석구석에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올 들어서 지난 10월말까지 10개월간 정부의 마약단속망에 걸려든 경우만도 8백78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나 늘어난 숫자라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마약은 핵폭탄 보다 무섭다고 비유되기도 한다. 마약 사용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은 히로뽕·헤로인·대마초·앵속등으로 대표되는 이들 마약들이 쾌감이나 환각·진정·수면의 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약을 반복 사용할 경우 뇌세포가 파괴되고 중추신경이 마비돼 기억력과 판단력이 쇠퇴하고 지능이 상실돼 치매(癡?)상태에 빠지게 되며 결국 폐인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청소년들 사이에 이용되는 본드(접착제)에 의한 흥분과 환각작용도 이를 계속 흡입할 경우 다른 마약이나 똑같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마약은 사용자 자신의 회복할 수 없는 파멸은 물론 정신착란과 대담성을 유발시켜 각종 범죄를 범하게 함으로써 사회질서마저 해치는 망국의 약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이 단속에 힘쓰고 있으며 유엔에도 마약단속기구를 두고 협력체제를 갖추고 있다. 가장 강력한 단속시책을 펴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 마약관련 범죄는 사형까지 법에 규정하고 있을 정도다.
마약사범 단속을 위해서는 제조와 거래루트를 철저히 파악해서 봉쇄하는 일이 우선해야 한다. 최근 가장 널리 유통되는 히로뽕의 경우 원료인 에페드린을 태국·홍콩등 동남아 여러나라에서 수입하여 국내에서 가공해 일본으로 주로 수출되고 있다 한다. 이러한 마약원료는 예외없이 위장수입 또는 밀수입일 것이다. 보사부가 부산·인천등 전국 8개지역에 마약사범 신고전화를 운영하고 있다고는 하나 이런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효과적인 단속이 어렵다. 전담기구를 마약거래 취약지구에 두고 인원과 장비를 보강하여 적극적인 색출에 나서야 한다.
마약의 성행은 뚜렷한 가치관의 부재로 생긴 향락주의에 그 근본적인 뿌리를 두고 있다. 순간적인 쾌락을 위해 인생 전체를 던져버리고 사회를 병들게하는 풍조는 단속이라는 미시적 발상 보다는 사회 전체의 문제로 접근하는 시책을 요구한다.
더군다나 10대 청소년들의 마약 사용은 국가 장래라는 차원에서 중대한 우려의 대상이다. 이들에게 마약의 해독을 인식시키는 학교와 가정에서의 교육도 보다 철저히 실시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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