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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 칸에 승객 4명뿐 … 텅 빈 인천공항행 KTX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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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인천공항행 KTX 특실 한 칸의 좌석은 33석이다. 22일 좌석 4개를 제외하고 모두 비어 있다. [함종선 기자]

인천공항행 KTX 특실 한 칸의 좌석은 33석이다. 22일 좌석 4개를 제외하고 모두 비어 있다. [함종선 기자]

지난 22일 오후 전남 목포에서 출발해 용산역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고속열차(KTX)가 용산역에 도착하자 승객 대부분이 내렸다. 남아 있는 승객은 좌석 열에 한두 명에 불과했다. 특실 한 칸에 남아 있는 승객은 33개 좌석에 고작 4명뿐이었다. 승객 김정석(35)씨는 “해외로 떠날 때는 짐이 많은데 열차를 갈아탈 필요 없이 바로 인천공항까지 갈 수 있어 편리하다”면서도 “하지만 목포에서 인천까지 가는 열차가 하루 두 편뿐이어서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방 주민 위해 운행 3년, 탑승률 15% #운행간격 길고 요금도 비싸 외면 #광명역 공항터미널 문 열면 더 줄 듯 #국토부 “전반적 개선책 마련할 것”

인천공항행 KTX는 지방에서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의 편의를 위해 2014년 6월 30일 운행을 시작했다. 경부·호남·전라·경전선 KTX의 일부를 인천공항까지 연장 운행하는 방식이다. 현재 하루 편도 기준으로 인천공항행 11편, 지방행 11편씩이 운행 중이다. 요즘 하루 이용객은 2200여 명에 불과하다. 왕복 기준으로 22편 전체 좌석수 1만5000석의 15%에 그친다. 또 열차 한 편성으로 따지면 좌석 680여 석 중 겨우 100석 정도만 찬다. 2014년 처음 운행했을 당시 하루 이용객 1700명과 비교해도 별로 늘지 않은 수치다.

운행 간격이 긴 데다 요금도 상대적으로 비싸다. 인천공항행 KTX는 서울역~인천공항 요금으로 1만2300~1만2400원가량을 받는다. 부산에서 서울역까지 일반석 성인 요금이 5만9800원인데, 부산에서 인천공항까지는 7만2100원을 내야하는 것이다. 같은 구간(서울역~인천공항)을 운행하는 공항철도의 경우 직통열차가 8000원, 일반열차는 4150원이다.

게다가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소요시간은 57분으로 공항철도의 직통열차(43분)보다 오히려 12분이나 더 걸린다. 12개 역을 모두 서는 일반열차보다는 겨우 1분 빠른 정도다. KTX가 다니도록 코레일에 선로를 내주고 있는 공항철도도 인천공항행 KTX는 못마땅한 존재다. 공항철도 관계자도 “요즘에는 공항철도 이용객이 늘어 현재 12분인 배차 간격을 더 좁힐 수도 있는데 KTX 때문에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항철도는 인천공행행 KTX 때문에 하루 운행 횟수가 423회에서 362회로 61회나 줄었다.

이런 상황에 올 연말 KTX 광명역에 공항터미널이 생기면 인천공항행 KTX 이용객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지방에서 KTX를 타고 광명역까지 온 후 공항터미널에서 출국수속을 하고 짐을 부치고는 직통버스를 이용해 인천공항까지 40분이면 도착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이주연 부연구위원은 “해당 열차가 지방의 공항 이용객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순기능은 있지만 이용객이 별로 늘지 않고 있고 광명역 공항터미널이 새로 생기는 등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인천공항행 KTX에 대해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종완 국토교통부 철도운영과장은 “인천공항행 KTX 이용객 추이 등을 면밀하게 살펴본 후 전반적인 개선책을 곧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공항행 KTX는 홍순만 현 코레일 사장이 2010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교통정책실장 당시 추진한 사업이다. 광명역 공항터미널도 홍 사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제 살 깎아 먹기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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