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베끼기 … 짝퉁 판치는 상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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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아반떼 살 돈(스포츠 익스트림·2460만원)으로 중국에서는 ‘사막의 롤스로이스’ 랜드로버를 구매할 수 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중국에서 13만5000위안(약 2220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차량은 랜드로버와 외관이 매우 흡사한 차량이지 랜드로버는 아니다. 중국 장안차와 장링차가 합작해 개발한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랜드윈드(Land Wind) X7이다. 진짜 레인지로버 이보크(7040만~9590만원)의 3분의 1 가격이다.

랜드로버 닮은 랜드윈드 등 #원조 30% 안 되는 값에 판매 #중국 당국은 특허까지 인정

‘레인지로버 이보크’(위 사진)와 이보크를 쏙 빼닮은 ‘랜드윈드 X7’. [사진 각 업체]

‘레인지로버 이보크’(위 사진)와 이보크를 쏙 빼닮은 ‘랜드윈드 X7’. [사진 각 업체]

상하이 모터쇼에 전시된 X7은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디자인이 거의 같다. 심지어 후드 상단에 새긴 브랜드명(LAND WIND)의 서체까지 동일하다. 차량을 현장에서 본 하영선 오토디자인어워드 조직위원장은 “전·후·측면 등 외관은 물론 실내 디자인까지 이보크를 쏙 빼닮았다”며 “랜드로버보다 더 랜드로버다운 디자인”이라고 비꼬았다. 중국에서는 차량 전·후면에 새겨진 알파벳(LAND WIND)을 떼고 LAND ROVER로 바꾼 X7 차량을 종종 도로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장링차의 X7 디자인 특허권이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중국 국가지적재산권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상하이 모터쇼에서 중국 현지 업체들이 선보인 수입차와 디자인이 유사한 차량은 또 있다. 프랑스 통신사 AFP는 포르셰의 SUV인 마칸과 외관이 거의 동일한 제품에 주목했다. “중타이자동차가 선보인 SR9가 포르셰 마칸과 도플갱어”라고 지난 21일 보도했다. 범퍼·앞유리·지붕·사이드미러·실내 인테리어까지 비슷하다. SR9 판매가인 10만 위안(약 1645만원)은 마칸(8만7000달러·약 9847만원)의 17% 수준이다. 포르셰는 지난해 SR9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했지만 중국 정부는 SR9 판매를 허용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G클래스(1억5000만~3억7800만원)를 모방한 차량도 상하이 모터쇼에서 포착됐다. 중국 국영 베이징자동차그룹이 제조한 BJ80 PHEV는 중국에서 28만8000위안(약 4730만원)에 판매된다. 베이징자동차그룹은 “다임러-벤츠와 베이징자동차그룹은 매우 가깝다(close)”며 “BJ80은 벤츠 G클래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AFP가 상하이 모터쇼를 방문한 후베르투스 트로스카 다임러 중국 최고경영자(CEO)에게 의견을 묻자 그는 “칭찬(compliment)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언급했다.

문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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