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부터 노홍철까지...돼지발정제는 억울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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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발정제는 억울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때문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돼지가 억울하다. 돈육을 더 많이, 더 싸게 얻으려는 천박한 목표를 위해 돼지발정제라는 망측한 물질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익히 알려졌듯, 홍준표 후보는 저서 ‘나 돌아가고 싶다’에 “S대 상대 1학년”인 자신의 친구가 한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는”(책 내용 그대로 발췌) 목적을 얘기했으며, 그 목적을 달성키위해 돼지발정제를 구하는 데 가담했다고 밝혔다. 홍 후보가 고려대 행정학과 재학 중 실화다.

2017.04.24 강원도 원주시 중앙시장에서 열린 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유세장.김춘식

2017.04.24 강원도 원주시 중앙시장에서 열린 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유세장.김춘식

우선, 돼지발정제의 성분을 살펴보자. 구글 등에 따르면 돼지발정제(pig stimulant)의 주요 성분으로 거론되는 것은 요힘빈이다.

요힘빈이 뭘까. 대한약사회 약바로쓰기 운동본부 위원이기도한 정재훈 약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요힘빈은 아프리카의 특정 나무의 껍질에서 추출한 알칼로이드 성분이라고 설명했다. 인체에 흡수될 경우, 환각이 보이거나 맥이 약해지는 빈맥 형상 및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식약처에서 유해물질로 지정한 배경이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돼지발정제 제품예 [사진 구글]

돼지발정제 제품예 [사진 구글]

정재훈 약사는 요힘빈의 위험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비아그라가 없던 시절 최음제로 쓰인 적이 있고, 약대에서도 성기 혈관 확장 효과가 있다고 교과서에 나오는 약물이긴 하다. 그러나 요힘빈에는 성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없으며, 심혈관계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서 위험하다.”

이에 따르면 홍준표 후보는 한 인간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약품을 이용한 강간 미수에 가담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홍준표 자서전 중 돼지발정제 강간 미수 사건 모의 관련 부분

홍준표 자서전 중 돼지발정제 강간 미수 사건 모의 관련 부분

돼지발정제를 실제로 돼지에게 주사하기는 하는 걸까. 충북대 조진호(축산학과) 교수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조 교수 얘기다.

“현재 돼지는 자연 교배가 아니라 인공수정으로 교배를 한다. 그런 흥분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돼지교배에 쓰이는 특수약물은 현재로서는 없다.”  

돼지발정제가 사실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소설가 박민규씨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도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놈의 수법은 한 가지야. 돈도 학벌도 필요 없고, 인물도 필요 없대. 그냥 어떻게든 단둘이 있게끔 상황을 만든 다음 여자가 마실 물에 몰래 돼지발정제를 탄다는 거야. (중략) 물을 마신 여자는 정확히 5분 후부터 땀을 흘리기 시작한다는 군. 또 얼굴이 붉어지고 숨소리가 거칠어진대.”  

이밖에도 개그맨 노홍철씨 역시 돼지발정제를 섞은 소위 ‘칵테일’을 만들어 여자친구에게 마시려 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후 “화끈한 술자리 얘기를 해달라는 친한 기자의 얘기를 듣고 농담 분위기로 한 말”이라고 해명하기는 했다.

[포토]노홍철,남다른 포즈

[포토]노홍철,남다른 포즈

정재훈 약사는 “돼지발정제라는 약물이 이런 식으로 회자되는 것 자체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수진·박지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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