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단체장 비리와 감사원에 대한 의구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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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감사원의 지방자치단체 특감 결과를 보면 기가 막히다. 단체장은 직제에도 없는 자리를 만들고, 인사위원회는 무시하며 승진 순위를 마음대로 조작한다. 공무원들은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해 수십억원의 보상금을 챙기고, 공금을 주머닛돈 빼먹듯 한다. 도대체 이러고도 나라가 바로 굴러간다는 게 희한할 지경이다.

10년 전 지방자치를 시작한 것은 지방의 경쟁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관료제의 폐해를 벗고, 지역 특성과 주민 희망을 반영해 독창적인 발전 모델을 개발해낼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상당수 자치단체장이 기업인을 능가하는 경영 마인드로 성공을 거둬 왔다.

그런데 그러한 자치제도가 발전해 가는 이면에 부패의 소왕국을 만들어 놓고 권력놀음을 벌여 온 미꾸라지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로 25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18명의 기초단체장을 주의조치 했으며, 249명의 공무원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고 한다.

지방의 토착 비리에 대한 소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지경이 되도록 감독기관인 행자부와 감사원은 무엇을 했는가. 그런 일탈된 행동을 다 알고 있으면서 왜 지금까지는 손을 놓고 있었는가. 감사원의 감사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시점에 그 같은 발표를 하느냐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이런 발표를 하니 정치감사 의혹을 받는 것이다. 최근 들어 감사원의 감사에 정치성이 있다는 의심이 적지 않았다. 사학 감사, 황우석 감사 등의 행보가 정치 편향적이 아니었는가. 감사원이 이러한 행태를 보이면 독립기관으로서의 입지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감시.감독을 하려면 평소에 철저히 하라.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매지 말라는 말처럼 공연한 의심을 받으면 억울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