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 _박지원·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
박지원 국민의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19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박지원이 최순실이 된다고 했는데 유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을 모시고 정치를 했다. 또 한때는 비서실장을 했다”며 “(내가) ‘홍찍문’이라고 하니까 (유 후보가) 반격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 국민의당 대구 유세에서는 손학규 위원장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직격했다. 손 위원장은 “홍준표를 찍으면 누가 되죠? 문재인이다. 안철수를 찍어야 한다”며 ‘홍찍문’ 논리를 폈다.
호남은 文·安 양강구도, 수도권은 2강 1중(洪) #여론조사 洪 빼면 文·安 박빙, 劉 빼면 文 우위 #洪·劉 중 누가 접느냐에 따라 安 지지율도 변화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편가름을 향한 각 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누구를 찍으면 누가 대통령이 된다’ 또는 ‘누구를 찍으면 누가 실세가 된다’는 식의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홍찍문’(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대통령 된다), ‘안찍박’(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 된다), ‘문찍김’(문재인을 찍으면 김정은한테 간다) 등이 대표적이다.
‘홍찍문’의 경우 중도·보수 유권자들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지지를 유도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불을 놓기 위해 홍준표 후보가 직접 만들어낸 용어가 ‘안찍박’이다.
그렇다면 ‘홍찍문’의 실제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최근 여론조사 결과 분석을 통해 점검해봤다.
우선 지난 18일 서울신문·YTN이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조사에서는 기호 1~5번 중 보수진영 후보 한 명씩을 빼고 실시한 ‘4자 가상대결’에서 후보별 지지도가 제법 달랐다.(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준표 후보를 빼고 실시한 4자 가상대결 지지도 조사에선 안철수 후보(39.3%)가 문재인 후보(38.6%)를 오차범위 안에서 0.7%포인트 앞섰다. 유승민 후보(5.0%), 심상정 정의당 후보(3.3%)의 경우 지지율을 합쳐도 8%대에 불과했다.
유승민 후보를 뺐더니 문 후보(39.2%)가 안 후보(35.4%)를 3.8%포인트 차로 앞섰다. 홍 후보(9.0%)와 심 후보(3.7%)의 합계가 13%대로 올라섰고, ‘지지 후보가 없거나 모르겠다’는 응답이 이전 설문의 12.7%에서 13.8%로 1.1%포인트 늘었다.
어떤 방식의 4자 가상대결에서도 문 후보는 서울·호남·부산·경남·강원·제주에서 우위를 보였다. 안 후보는 인천·경기·충청·대구·경북에서 1위를 했다. 4자 가상대결에서 홍 후보는 대구·경북(TK)에서 16.2%, 부산·경남(PK)에서 16.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홍 후보의 출전 여부에 따라 영남권과 수도권에서 판세가 달라졌다. PK에서 홍 후보를 빼면 문 후보(38.1%)가 안 후보를 10.7%포인트 앞섰지만, 유 후보를 빼면 문 후보(37.2%)가 안 후보를 1.8% 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다.
TK에서 홍 후보를 빼면 안 후보(41.7%)가 문 후보에게 12.4%포인트 앞섰지만, 유 후보를 빼면 5.4%포인트 우위에 머물렀다. 서울에서는 홍 후보를 빼면 문 후보(41.3%)가 안 후보를 4.8%포인트 앞선 반면, 유 후보를 빼면 문 후보(41.2%)가 안 후보와의 격차를 8.9%포인트로 벌렸다.
호남에서는 보수 후보 중 누가 빠지든 표심에 영향이 별로 없었다. 홍 후보를 빼면 문 후보(50.3%)가 안 후보보다 13.4%포인트, 유 후보를 빼면 문 후보(51.6%)가 안 후보보다 15.4%포인트 높았다.
결론적으로 호남에서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구도가, 영남과 수도권에서는 2강(문·안 후보) 1중(홍 후보)의 구도가 드러났다.
20일 문화일보 여론조사 결과도 흥미롭다.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문재인 후보(40.9%)가 안철수 후보(34.4%)를 6.5%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양자·3자·4자 대결에서는 대체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보수진영에서 홍·유 후보 중 한 명만 출마했을 때, 즉 출전선수가 누구냐에 따라 안 후보의 지지율에도 변화가 컸다. 홍 후보 출마를 가정한 4자 대결에서는 문 후보 43.1%, 안 후보 34.2%, 홍 후보 10.6%, 심 후보 3.0%로 1, 2위 격차가 오차범위를 벗어났다.
하지만 유 후보가 출마했을 때는 문 후보 42.3%, 안 후보 39.2%, 유 후보 3.7%, 심 후보 2.8% 등 문·안 후보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 있었다.
보수정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고 ‘순수’ 야당 간 3자 대결구도를 가정했을 때는 문 후보 42.5%, 안 후보 41.1%, 심 후보 3.6% 등 문·안 후보는 양자대결과 마찬가지로 오차범위 내 초박빙 승부를 벌였다.
여론조사기관 타임리서치의 박해성 대표는 “유승민 후보의 경우 지지율은 물론이고 지지층의 충성도도 낮다. 따라서 유 후보의 출마 여부가 대선에서 큰 변수가 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했던, 현 정국에 불만이 큰 유권자들의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만일 홍 후보가 도중하차한다면 그의 지지층들은 대안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팩트체크 결과] “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는 국민의당의 주장은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 대부분 진실 75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