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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돈 만드는 차세대 엔진은 몽상과 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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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게이 지수는 다양성을 재는 척도다. 현재까지 동성애는 다양성을 실험하는 마지막 전선이다. 빌 게이츠 말대로 게이들은 '창조적 시대의 카나리아'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게이 공동체에 흔쾌히 열려있다는 것은 (그 도시가) 그만큼 창조적이라는 얘기다."('창조적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 리처드 플로리다 지음, 전자신문, 2002)

이 책의 저자 플로리다는 후기산업시대 이윤창출의 엔진은 다름 아닌 창조적 계급(creative class)이라고 단언했다. 예전 대량생산.대량소비의 산업시대에 튀는 인간은 사회 부적응자로 찍혔으나, 이제 상황은 성큼 바뀌었다. 창조적 사고를 통해 기업혁신을 가져오는 귀하신 분으로 몸값을 인정받는다. 그의 예견은 중.고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피터 드러커의 지식경제론에서 한걸음 더 나간 것이다. 드러커는 자본.천연자원.노동 대신에 정보와 지식이 이윤을 창출한다고 말했다.

이제 플로리다는 창조성, 예술적 능력이야말로 '돈을 만드는'차세대 동력으로 지목했다. '셈코 스토리'에 나오는 기업'셈코'가 무질서에 가까운 근무환경 속에서 혁신을 거듭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현재 지구촌에서 가장 시야가 넓은 저자로 꼽히는 '소유의 종말'(민음사, 2002)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도 그런 예견에 맞장구를 쳐준다. 자본주의 체제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산업생산 시대가 가고 문화생산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그 통에 노동의식은 유희의식으로 바뀌었다.

'개미 멘탈리티' 보다 '베짱이 마인드'가 한 수 위라는 식일까? 이런 변화에 고전적인 표현을 부여한 사람은 따로 있다. 클린턴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라이시. 그가 쓴 '부유한 노예'에 따르면, 앞으로 기업에서 환영받을 인간형은 기크(geek)다. 기크, 우리 말로 '괴짜'쯤이 될까? 이들만이 몽상가 내지 혁명가에 가까운 창조적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단 CEO는 조금 다르다. 슈링크(shrink.정신과 의사), 즉 창조적 사고를 유연하게 감싸면서 저돌적으로 밀어부치는 능력까지 함께 가져야 한다. "모든 위대한 기업가는 기크이면서 동시에 슈링크"(85쪽)라는 단언도 되새겨봄직하다. 그렇다면 이들 책은 경제.경영서를 떠나 사회 변화를 보여주는 보고서다. 이런 변화를 일상 삶의 철학으로 보여준 사람이 명리학자 조용헌이다. 다음은 그가 쓴 '방외지사(方外之士)'(정신세계원, 2005)의 목소리.

"예전에는 산 속에 숨어사는 도인들을 방외지사라고 했지만, 현대에는 고정관념과 경계선 너머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면 그가 바로 방외지사이다. 방내(方內)는 무엇이고 방외는 무엇인가? 방(方)은 테두리.경계.고정관념.조직사회를 의미한다. 방외는 고정관념과 경계선 너머를 가르킨다." 이 책과 겹쳐 읽으니 '셈코 스토리'는 기업 이야기 이상의 무게로 다가온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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