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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스트롱맨의 진실

중앙일보

입력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때문에 수난을 겪고 있는 영어 단어가 있다. Strongman이다.

"스트롱맨은 독재자 or 차력사의 의미" #"콩글리시와 정통 영어의 격차 해프닝"

먼저, 사전적 정의. 구글로 찾았다.

strongㆍman

1. 힘이 대단히 센 사람으로, 특히 차력사 같은 이들(a man of great physical strength, especially one who performs feats of strength as a form of entertainment.)

2. 위협이나 힘 또는 폭력으로 지배하는 리더(a leader who rules by the exercise of threats, force, or violence.)

홍 후보의 발언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일본의 아베 총리,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모두 극우 국수주의자다. 한국을 둘러싼 국가(지도자)는 모두 스트롱맨들이다.” 위의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이나 아베 총리, 시 주석 모두 홍 후보의 발언을 달가워하지 않을 법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토론에 앞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photo@newsis.com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토론에 앞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photo@newsis.com

또 있다. 지난 19일 TV 토론에서도 홍 후보의 ‘스트롱맨’이 도마 위에 올랐다. 홍 후보가 지난 18일 “설거지는 여자가 하는 일”이라고 한 소위 ‘설거지 발언’ 때문이다.

“설거지도 안 하는 게 스트롱맨인가”(유승민 후보)  

“스트롱맨이라더니 나이롱맨”(심상정 후보)

결국 이런 십자포화 속, 홍 후보는 사과를 하고야 말았다. 전제조건이 붙긴 했지만. 다음은 홍 후보의 발언이다.

“그 말이 잘못됐다면 제가 사과하겠다.”

제대로된 사과가 아닌 것처럼 들리긴 했지만, 어쨌든 ‘사과하겠다’는 워딩은 나왔다.

문제는 ‘스트롱맨’이라는 단어의 뜻을 홍 후보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외국인과 영어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구해본 결과다. 먼저, 뉴욕타임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코리아중앙데일리의 내셔널 뉴스 담당 에디터 데이비드 볼로츠코와의 통화 내용이다.

“스트롱맨이라는 단어 자체가 한국 정치에서 (정통 영어와는) 다른 맥락으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 스트롱맨이라고 하면 대개 ‘힘으로 다스리는 지도자’라는 다소 부정적 의미를 갖는다. 설거지를 안 한다고 스트롱맨이라는 건 솔직히, 말이 되지 않는다.”  

그 다음엔 한국인 중에서 가장 영어를 잘 쓰는 사람으로 통하는 뉴욕타임스의 서울특파원, 최상훈 기자에게 물었다.

“Strongman은 strong man이 아니다. 그런데 홍 후보는 strongman이 strong man이라고 생각하고 쓰는 것 같다. 스트롱맨에 ‘차력사’라는 의미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독재자’의 의미로 쓰인다. 홍 후보가 ‘스트롱맨=강한 인격과 강한 정책의 리더’로 이해한다면, 그건 오해다.”

명쾌하다. 최 특파원은 다음과 같은 우려도 덧붙였다.

“혹시 영어로 번역이 될 때 ‘나는 독재자가 되겠다’는 식으로 읽힐 수도 있다. 콩글리시와 정통 영어의 격차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 중 하나다.”  

한 명에게 더 전화를 걸었다. 코리아헤럴드 경제부장 이주희 기자다. 이 부장의 설명도 명료하다.

“Strongman을 직역하면 ‘강한 남자’이겠지만, 언론에선 ‘헌법에서 허락하는 것 이상의 권력을 휘두르는 정치인을 칭할 때 주로 쓰는 용어이다. 정치인으로 본인을 strongman이라 부른다면? 자승자박이다.”

참고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시절, 타임지가 그를 인터뷰하며 표지에 달았던 제목은 이거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후보시절 타임지 표지

박근혜 전 대통령 후보시절 타임지 표지

“The Strongman’s Daughter”(독재자의 딸).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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