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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맛집 장롱 8억 절도범 범행 부인하는 이유는... "출소 후 숨긴 돈 쓰겠다" 생각한듯

중앙일보

입력

“돈을 훔친 적이 없다. 그러니 남은 돈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경찰, 공범 2명 현금 8억5000만원 등 각각 절반씩 나눈 것으로 추정 #끝까지 입 다물면 돈 출처 찾기 어려워... 특수절도죄로 징역형 예상

대전 절도사건 피의자 중 한 명인 A씨가 지난달 30일 경남 진주의 한 금융기관에서 5만원권으로 대출금을 갚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대전 절도사건 피의자 중 한 명인 A씨가 지난달 30일 경남 진주의 한 금융기관에서 5만원권으로 대출금을 갚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지난달 대전에서 발생한 ‘원조 맛집 거액 절도사건’의 피의자 A씨(46)와 B씨(46)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이 범행 장소 인근과 은행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영상 등을 근거로 범행 사실을 추궁했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검찰에 송치되기 전인 19일 오후까지 유치장에서 나오는 것도 거부해 형사들이 컴퓨터를 들고 직접 유치장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A씨 등은 지난달 13일 오후 7~9시 사이 대전 동구의 한 아파트 2곳에 들어가 현금과 귀금속 등 8억8000만원가량의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 첫 번째로 침입한 C씨(67)) 집에서는 금팔찌 등 2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두 번째로 들어간 D씨(71) 집에서는 현금 8억5000만원과 100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절도범 사이에서 말하는 이른바 ‘로또’에 맞은 것이다.

두 사람은 미리 준비해간 자루 2개에 현금을 나눠 담았다. 현금 무게는 19㎏가량으로 알려졌다. 아파트단지 CCTV를 피해 도로로 나온 두 사람은 택시를 다섯 번이나 갈아타며 추적을 피했다. 연고지인 경남 진주로 이동한 뒤에는 며칠 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경찰은 두 사람이 현금과 귀금속을 절반씩 나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절도범들의 특징이라고 한다. 1인당 현금 4억2500만원과 1500만원가량의 귀금속을 각각 챙긴 것이다.

지난달 13일 대전시 동구 한 아파트에서 현금과 귀금속을 훔친 일당이 돈이 든 자루를 들고 도주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지난달 13일 대전시 동구 한 아파트에서 현금과 귀금속을 훔친 일당이 돈이 든 자루를 들고 도주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이들의 범행은 지난달 30일 A씨가 주택 대출금을 갚기 위해 은행에 나타나면서 꼬리가 잡혔다. A씨는 대출금 1억3500만원을 모두 오만원권으로 상환했다. 아내의 통장으로 6000만원을 입금하기도 했다. 역시 모두 5만원권이었다. 평소 도박을 좋아했던 A씨는 최근 거액을 들고 도박판을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D씨 집에서 훔친 현금은 100만원권 수표 5장을 제외하고 모두 5만원권이었다. 대전에서 두부요리 음식점을 운영하는 D씨는 현금 5만원권을 100장씩 묶고 이 묶음을 10개씩 신문지로 포장했다. 포장 1개당 5000만원씩 담긴 셈이다. D씨는 이 돈을 장롱 안과 아래에 보관했다고 한다. D씨는 “돈을 모으는 재미가 있어 집에 보관했다”고 말했다. D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은 대전의 대표 맛집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사용처가 밝혀진 돈은 A씨를 통해 확인한 1억9500만원이 전부다. 나머지 현금 6억5500만원과 귀금속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B씨는 아예 입을 열지도 않고 있다. 경찰은 두 사람이 돈을 어딘가에 숨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돈의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회수가 어렵게 된다.

절도전과가 많은 두 사람이 ‘출소 이후(?)’를 고려해 범행을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률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들은 특수절도 혐의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2~3년가량의 실형을 살고 출소한 뒤 훔친 돈을 쓰겠다는 꼼수라는 얘기다. 피해품인 현금과 귀금속이 회수되지 않으면 피해자인 C씨와 D씨는 민사소송을 통해 A·B씨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경찰은 두 사람의 연고지인 경남 진주에 형사를 보내 가족·지인을 상대로 추가 수사를 하고 있다.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다 두 사람 가족의 계좌를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가장 중요한 게 피해품(돈)을 회수하는 것”이라며 “사건을 송치했기 때문에 검찰 협조를 받아 구치소에서 두 사람을 계속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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